보르네오 섬을 양분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섬 인근 해역을 놓고 영유권 분쟁을 재연하고 있다.
AP통신 등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난달 25일 말레이시아 순찰함이 보르네오섬 동쪽 암발라트 해역의 해상 국경을 침범하는 바람에 총격전이 벌어질 뻔했다고 밝히며 말레이시아측을 비난했다고 9일 전했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TV에 출연, "우리는 암발라트 해역에 대한 말레이시아 군의 침범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가능하면 무력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외교부도 군사적 수단이 해결방법은 아니라고 밝히면서도 "암발라트 해역은 대륙붕에서 128㎞ 떨어진 인도네시아 고유의 해상영토"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말레이시아측이 최근 수년 동안 36차례나 국경을 침범했다며 항의서한을 보냈다. 일부 국회의원은 9일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국방장관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보다 낮은 톤으로 대응하면서도, 인도네시아 군함이 오히려 수 차례 자국 영해를 침범했다고 반박했다. 하미디 말레이시아 국방장관은 해상국경 분쟁은 평화롭게 해결돼야 하며 이 문제를 매듭지을 때까지 이 해역에 대한 모든 해상순찰을 중단할 것을 제의했다. 말레이시아측은 특히 내달 예정된 인도네시아 대선을 앞두고 인도네시아측에서 영유권 분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양국 국경분쟁은 말레이시아가 1979년 지도를 발간하면서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한 보르네오섬 동쪽 해역의 암발라트 광구를 자국 영토로 표기하면서 시작됐다. 인도네시아는 82년 유엔해양법헌장(UNCLOS)에서 이 지역을 자국 영토를 표기한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2002년 암발라트 광구 북쪽 2개 섬에 대한 영유권이 말레이시아에 있다고 판결했지만 이 일대 해상국경은 여전히 모호하다.
인도네시아는 99년 암발라트 광구에 대해 이탈리아 석유회사 ENI 그룹에, 말레이시아는 2005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와 네덜란드의 로열더치셀에 각각 석유와 가스 시추 사업권을 부여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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