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교의 수업일수는 미국이 벤치마킹 해야 할 대상이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으로 한국의 교육열이 새삼 주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일간 인터내셔널헤럴드 트리뷴(IHT)이 10일 '피겨 퀸' 김연아 선수의 어머니 박미희(50)씨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부모들의 남다른 자식 교육열을 장문에 걸쳐 소개했다.
IHT는 '(한국에서)좋은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서라면)어떤 희생을 치른다. 한국은 김연아 선수를 위한 어머니의 헌신을 존경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씨가 자신의 딸이 6살때 스케이팅에 남다른 소질이 있다는 것을 코치로부터 들은 뒤 본격적인 뒷바라지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후 박씨는 자신의 공부를 과감히 포기하고 친구들과의 사교모임에 나가는 것도 그만뒀다. 그는 하루를 제외한 일주일 내내 딸을 스케이팅 레슨에 데려가 모니터링하고 훈련 과정의 실수를 체크하는 생활을 12년 동안 반복했다. 심지어 남편의 생일도 잊어버릴 정도로 가정의 '중심축'을 김연아에게 집중했다.
박씨는 최근 전지훈련지인 캐나다까지 김연아를 따라간 자리에서 "연아의 재능 계발을 돕는 것은 내 운명"이라며 "내 딸은 곧 나 자신이므로 이는 결국 나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김연아를 키워낸 이야기를 담은 자신의 책에서 "연아는 내 전공이었다"며 "나는 학창 시절의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연아에 대해 공부했고 연애할 때보다도 더 뜨겁게 연아에게 헌신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김연아의 성공을 지켜본 다른 어머니들도 자신의 어린 아이를 김연아가 훈련한 아이스링크에 데려가는 등 '스케이팅 맘'(skating moms) 현상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1998년에는 골프 선수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자 그녀를 키워낸 아버지가 주목 받으면서 '골프 대드'(golf dads)' 붐이 일었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한국 부모들의 인터뷰 내용을 함께 게재하면서 교육열은 자녀가 전통적으로 부모의 노후를 돌보는 한국에서 투자의 성격도 갖는다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의 낮은 출산율과 여성이 결혼하면 집에 머물고 있는 것도 자녀에게 헌신하는 하나의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IHT는 박씨가 보인 이 같은 헌신은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부모들의 자녀 교육열은 거의 '강박관념'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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