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째 우주발사국(스페이스 클럽)으로 가는 문이 열린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1일 우리나라 첫 자력 발사의 역사적 현장이 될 나로우주센터 준공식을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전 세계에서 우주센터를 보유한 13번째 국가가 되는 것이다. 7월 30일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과학기술위성 2호를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시키면, 우리나라는 자국 발사기지에서 자력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한 10번째 나라로 기록된다.
9년 만에 완성된 ‘우주 개발의 꿈’
우리나라는 1992년부터 과학위성인 우리별 1~3호, 실용위성인 아리랑 1~2호, 통신위성인 무궁화 1~5호 등을 쏘아올렸지만 언제나 외국의 발사장과 발사체를 빌렸다. 우주개발기술은 반쪽에 불과했던 셈이다. 우리 발사체를 쏘아올릴 우주기지를 마련한 것은 “이제 본격적인 우주개발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남 고흥군 봉래면 예내리 외나로도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는 2001년 1월 부지가 선정된 이후 507만㎡에 산기슭 곳곳을 깎아 발사대, 발사통제동, 조립동, 추적레이더, 광학추적장비 등이 속속 들어섰다.
지난해 10월 마지막으로 완성된 시설은 나로호가 박차고 오를 발사대. 러시아로부터 기본설계와 기술감수를 받았지만, 상세설계와 제작설계를 거쳐 실험하고 만든 우리 기술의 결실이다. 민경주 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장은 “초저온, 초고압, 고청정 기술이 필요한 발사대 국산화 기술은 우주센터 건설에서 가장 힘든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우주센터 건설에는 항공우주연구원이 중심이 돼 160여개 산업체와 대학 및 연구소 등이 참여했으며 정부 예산 총 3,124억원이 투입됐다.
열정으로 극복한 기술적 한계
건설과정 곳곳에는 기술제한의 암초가 있었다. 우주선진국의 기술협력은 녹록지 않았다. 발사체 기술이전을 위해 한ㆍ러 우주기술보호협정을 체결했지만 러시아 국회의 비준이 지연돼 발사일정을 2007년에서 2008년으로 늦췄다. 발사대 설계도도 2007년 3월에야 넘겨받았다. 러시아측이 발사대 검사항목을 99개에서 348개로 확대하면서 발사일정을 또 2009년 2분기 이후로 늦췄다.
장거리미사일 관련 기술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는 미국에는 전혀 도움을 기대할 수 없었다. 항공우주연구원은 국방과학연구원이 쓰고 있는 미국산 추적레이더와 똑 같은 모델을 도입하려 했지만 8개월에 걸친 미 국무부와의 줄다리기도 허사였다. 나로호가 추적거리 제한 300㎞를 넘기 때문에 레이더를 수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첨단 장비들은 프랑스와 이스라엘 등지에서 들여왔다.
하지만 발사대 건설에 호된 신고식을 치른 우리 기술진은 자신감을 얻었다. 또한 위성추적과 통제를 통합운용하는 소프트웨어도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했다. 이효근 나로우주센터 기술관리팀장은 “탑엔지니어링, SKCNC 등 국내 업체들과 함께 150억원을 들여 7년 동안 개발한 운용 소프트웨어는 큰 성과 중 하나”라고 자랑했다.
달 탐사 향한 우주개발 일정
나로호는 6월 중순 러시아로부터 발사체 1단을 인수받아 국내에서 개발한 2단과 조립한 뒤 7월 발사대와 결합된다. 나로호의 임무는 100㎏급 소형위성인 과학기술위성 2호를 고도 300~1,500㎞의 궤도에 올리는 것. 내년 4월에는 나로호 2차 발사가 진행되며, 만약 2차례의 발사가 모두 실패하면 9개월 뒤 한 번 더 발사를 수행하는 것이 러시아와의 계약 내용이다.
이후 국내 우주개발의 발걸음은 보다 묵직해진다. 2018년 완성을 목표로 한 발사체 KLSV-2는 러시아가 1단 개발을 맡았던 KSLV-1과 달리 국내 기술로만 자체 개발하며 규모도 1.5톤급 실용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을 정도로 커진다.
우리나라는 KSLV-2에서 확보한 기술을 토대로 2020년 달궤도선, 2025년 달착륙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