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가 안방에서 23년째 이어지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 무승 징크스를 깨는데 실패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B조 7차전 홈경기에서 골 결정력 부재의 한계를 드러내며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로써 한국은 1986년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사우디 아라비아를 2-0으로 꺾은 후 3경기(홈)에서 2무1패를 기록하게 됐다.
지난 7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원정경기에서 2-0으로 승리,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7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한국은 이날 무승부로 4승3무(승점 15)를 기록하며 조 1위를 확정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3승2무2패(승점 11)로 북한과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에서 밀려 3위에 머물렀다.
사우디 아라비아전에 앞서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위해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출사표를 밝힌 허 감독은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며 승리에 의욕을 보였고 태극 전사들도 장거리 원정으로 인한 피로 누적에도 불구, 그라운드에 몸을 내던지며 사력을 다했지만 결정적인 슈팅은 번번이 상대 골대를 벗어났다.
한국은 UAE전과 마찬가지로 박주영(AS 모나코)과 이근호(이와타)를 투 스트라이커로 내세운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일진일퇴의 공방 속에 전반을 0-0으로 마친 한국은 후반 들어 잇달아 만든 좋은 골 찬스를 거푸 무산시키며 3만 2,000여 팬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후반 10분 왼쪽 측면을 파고든 김동진이 올린 크로스를 박주영이 문전으로 뛰어 들며 헤딩 슛을 날렸지만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갔고, 후반 20분 이근호와 2대 1 패스를 주고 받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슈팅은 허공을 갈랐다. 또 후반 26분 이청용이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 외곽에서 날린 중거리 슈팅은 왼쪽 골포스트 바깥으로 휘어져 나갔다.
허 감독은 후반 30분 박주영 대신 양동현(부산)을, 후반 39분 이근호 대신 최태욱(전북)을 투입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지만 사우디 아라비아 골문을 열지 못한 채 종료 휘슬을 맞았다. 이로써 최종예선 B조의 본선 진출국 한 팀과 플레이오프 진출 팀은 17일 최종전 결과에 따라 가려지게 됐다.
리야드에서 열리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북한전 승자는 무조건 조 2위를 확보한다. 무승부가 될 경우 골득실에서 앞서는 북한이 유리하다. 북한은 사우디 아라비아전에서 비길 경우 최소 조 3위를 확보하며 같은 날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이란전 결과에 따라 조 2위를 바라볼 수도 있다.
김정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