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헌 선배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나도 풍란을 키운다네'라는 그의 소설로 그런 식물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와의 마지막 추억은 한 선배의 조촐한 결혼식 뒤풀이에서였다. 식탁 여기저기에 그대로 남은 와인과 안주가 아까워 같이 챙기다가 "여기 나 같은 사람 또 있네" 웃던 모습이다. 동인들과 동료들 특히 그가 가르쳤던 대학의 젊고 예쁜 제자들이 많이 찾아온 쓸쓸하지 않은 장례식이었다.
올해로 쉰둘. 그의 수첩은 이런저런 계획과 소설에 관한 단상 등으로 빽빽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 동인을 해왔던 정길연 선배는 상의할 일이 있을 때마다 누르던 그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지워야 한다며 쓸쓸해했다. 그의 때 이른 죽음에 우리가 쓸쓸해한 것은 바로 그의 모습이 우리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줄기차게 소설을 쓰고 직장 생활을 했지만 대중적인 인기와는 거리가 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문학을 붙들고 있던. 작가의 평균 수명이 62살이라는 통계 수치를 입에 올리면서 평균을 10년이나 채우지 못한 그의 삶과 그의 채우지 못한 수첩 생각을 했다. 돌아와 한참 그의 블로그에 머물렀다. 사진과 글이 참 좋다. 이청준 선생의 장례식에 청바지 차림으로 황망히 문상한 글도 있다. '어디로 떠난 것인지 알고 싶다'로 끝을 맺었다. 그렇다면 선배는 어디로 간 것일까.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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