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선박박람회 '노르쉬핑(Nor-Shipping) 2009' 행사가 열린 노르웨이 오슬로 외곽의 무역전시관. 이른 아침인데도 세계 각 국에서 온 참가자들이 한국전시관 이곳 저곳을 주의 깊게 둘러보고 있다.
매 홀수 년마다 노르웨이에서 열리는 노르쉬핑은 짝수 년에 개최되는 그리스 포세도니아, 독일 SMM 박람회와 함께 '세계 3대 선박박람회'로 꼽힌다. 조선 및 기자재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데다, 12일까지 진행되는 박람회 기간 동안 각종 세미나와 수주 협상 등이 이뤄져 세계 조선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조선 강국인 우리나라 업체들이 대거 참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 메이저 조선소를 비롯해 SPP조선과 성동조선해양 등 중형 조선소도 처음 참석했다.
이번 박람회에는 총 52개국, 1,100개 업체가 전시장에 부스를 마련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주 급감에도 불구, 전시 업체들이 2007년(40개국, 830개사)보다 20% 이상 늘어났다. 이에 대해 톨레프 쉬이안데르 노르쉬핑 총괄 이사는 "일부 기업이 경기침체 때문에 전시를 취소했지만, 박람회가 조선업계의 소통과 솔루션 공유에 큰 역할을 하는 탓에 참가 규모가 오히려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박람회 참가업체들은 세계 조선업계 현황을 진단하고, 향후 발전 방향과 기술을 공유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이번 박람회의 주된 변화는 친환경 및 에너지 효율, 해양플랜트 강화로 요약될 수 있다. 한장섭 조선공업협회 부회장은 "에너지 문제가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상선보다는 해양설비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졌고, 친환경 관련 기술 전시도 늘었다"고 전했다.
해양플랜트의 부상은 한국전시관에서도 느껴진다. 과거 박람회의 경우 주로 초대형 원유운반선, LNG운반선, 컨테이너선 등의 모형과 기술이 전시됐지만, 이번 전시회에선 해양설비가 주를 이루고 있다.
세계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은 초대형 FPSO(부유식 원유 생산ㆍ저장ㆍ하역설비)의 강점을 내세웠고,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수주한 11억달러 규모의 LNG-FPSO(부유식 생산ㆍ저장ㆍ하역설비)를 주력 제품으로 전시관을 꾸몄다.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역시 리그선(반잠수식 시추설비) 등의 건조 기술 우수성을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 유가 폭등을 계기로 선주사들의 에너지 개발 수요 증가와 조선사들의 신성장동력 확보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번 박람회에는 메이저 에너지 기업인 쉘, 엑슨모빌, BP 등도 대거 참석해 국내외 업체들과 수주 협상을 벌인다. 국내 대형 조선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이 대부분 참석하는 이유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첫 날부터 한국전시관은 물론, 별도로 마련된 STX유럽 전시관 등을 둘러봤고, 최길선 현대중공업 사장, 김징완 삼성중공업 부회장,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방문 예정이다.
오슬로=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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