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10시 개성공단 경협사무소에서 2차 남북 실무 회담이 열린다.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문제와 개성공단 관련 계약, 법규 개정 문제가 주요 의제다. 남한은 전자에, 북한은 후자에 방점을 찍고 있고 남북간 인식차가 워낙 커 회담 전망은 밝지 않다. 그래도 11일 회담이 전반적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관심사로 남아있다.
억류된 유씨 문제
정부는 유씨의 신변 안전과 석방을 강하게 요구할 방침이다. 유씨는 10일로 억류 73일째다. 하지만 북한이 치명적인 대남 압박 카드인 유씨를 쉽게 포기할 것이란 전망은 별로 없다. 개성공업지구관리총국 인사들이 주축이 된 북한 대표단은 "권한이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대표단이 4ㆍ21 1차 접촉 때처럼 제대로 문제제기도 못하고 돌아오는 것은 최악의 경우다.
다만 총국 대변인이 5월1일 유씨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적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언급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유씨가 억류돼 있는 지역이나 상태에 대해 확인해 주는 선의의 것일 수도 있고, 유씨의 혐의를 비난하며 사법처리 하겠다는 폭탄 선언일 수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10일 "최소한 유씨의 위치와 신변 상태는 직간접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운명은
북한은 5월15일 '개성공단 관련 법규와 계약의 무효를 선포한다'고 통보한 만큼 2차 회담에선 새 요구 사항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임금과 토지 사용료, 세금 등을 얼마나 올려 달라고 할 것인지는 개성공단의 앞날을 좌우한다. 북한은 황당한 요구를 하면서 '수용하지 않으면 공단을 폐쇄하겠다'는 식으로 나올 수도 있고, 타협 가능한 수준의 요구를 한 뒤 추가 협상의 여지를 남길 수도 있다. 북한이 비현실적 요구를 할 경우, 남한에선 입주기업들을 중심으로 개성공단 존폐 논란이 가열될 것이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즉각 폐쇄'를 통보하는 초강수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북한이 2차 회담에 적극적이었던 만큼 그럴 가능성은 낮다.
남북대화 물꼬 터질까
2차 회담이 3, 4차 회담으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남북 대화 창구가 확대되는 것은 정부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미국 여기자 문제에 앞서 북한이 남북관계부터 풀려 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면서 "북한은 오히려 통미봉남을 강화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11일 북한의 요구 사항에 대해 남한 대표단이 '돌아 가서 논의해 보겠다. 다시 만나자'고 제의하고, 북한이 이를 수용하면 3차 회담은 성사될 수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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