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은 시민의 여가 선용과 문화 활동에 쓰도록 시 조례로 규정했다. 따라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정치구호보다 시민 모두의 평화로운 담소와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광장이 되어야 한다"-오세훈 시장.
"서울시가 시민광장을 이렇게 이렇게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가질 수도 있으나,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그 것은 단지 서울시 관계자를 구속하는 공고에 불과하다. 집회와 시위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시민들이 판단해서 할 수 있다"-이종걸 민주당의원.
■6ㆍ10 항쟁 기념일이 겹친 대치정국의 상징 서울광장을 놓고 시장과 야당의원이 벌인 유사 '법리 논쟁'이다. 공교롭게 두 사람 모두 변호사 출신이다. 우리 정치에 법과 법률가는 별로 쓸모 없는 개념이긴 하다. 그러나 국민대표가 먼저 법리를 따진다면 국민된 입장에서 그 옳고 그름을 살피는 게 도리이다. "기본권을 법률로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궤변을 일삼는 일부 언론과 국회의원을 같은 부류로 취급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누굴 편들지 미리 작정한 이들에게는 성가시겠지만, 시민의 권리를 함부로 도용하는 행태가 판치는 마당에는 시비를 가리는 게 진실로 기본권을 지키는 방책일 수 있다.
■서울시 조례는 헌법-법률-명령-조례-규칙으로 이어지는 법체계에서 엄연히 규범력을 갖는다. 국민대표로 구성된 국회가 만든 법률보다 민주적 정당성이 약하다지만, 서울시민의 이익을 대표하는 시의회가 법률과 명령의 틀 안에서 제정한 조례는 서울시 사무를 규율하는 기본 원칙이다. 조례를 더러 '자치단체 헌법'에 비유하는 이유다. 조례 내용이나 자치단체장의 해석과 적용이 법령이나 헌법에 어긋난다고 여길 때는 입법절차를 통해 바로 잡거나 법원 또는 헌법재판소에서 다투는 것이 순리다.
■집회의 자유를 신성불가침의 권리인양 내세우는 것은 법과 입법기관의 존재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헌법 규정만으로 모든 걸 재단하고 규율한다면, 법률과 명령과 조례 따위는 애초 필요 없다. 사법부와 헌재를 따로 둘 이유도 없다. 게다가 시민들이 모든 걸 판단해서 마음대로 하는 게 민주주의라면, 국가마저 쓸모없게 된다. 민주주의와 기본권 등 고상한 가치를 다툴 때일수록 정확한 논리가 필요하다. 집회의 자유가 모든 것에 우선한다면, 국민의 것이 명백한 국회 안뜰이나 본회의장, 심지어 세금을 얻어 쓰는 민주당사 안에서 모든 시민이 사시사철 자유로이 집회를 갖지 못할 이유가 없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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