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괜찮아지는 듯하던 일자리 사정이 다시 나빠졌다. 5월 취업자가 20만명 넘게 줄면서 10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고, 실업자수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더이상 고용지표의 급추락은 없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여전히 고용시장은 한겨울이다. 최근 생산, 경기 지표가 개선되는 시그널이 나오면서 ‘2분기 경기 바닥론’까지 나오고 있지만, 고용 회복의 뒷받침 없이는 ‘경기 바닥’을 자신하기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수는 2,37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달과 비교해 21만9,000명 줄었다. 1999년3월(39만명) 이후 10년2개월만에 최대의 일자리 감소폭이다.
취업자수는 지난해 12월 1만2,000명 감소를 시작으로, 1월 -10만3,000명, 2월 -14만2,000명, 3월 -19만5,000명 등으로 감소폭이 계속 커졌다가 4월(-18만8,000명)에 반짝 개선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5월에는 20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감소, 우리 경제가 여전히 고용부진에 갇혀 있는 모습을 보였다.
실업자 증가세도 한 달 만에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5월 실업자는 1년 전보다 18만4,000명 늘어난 93만8,000명. 실업자수는 3월 95만2,000명에서 4월 93만3,000명으로 떨어졌으나, 지난달엔 또다시 5,000명 불어났다. 실업률도 두달째 3.8%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용시장이 당분간 고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용 회복에 대한 기대가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실제 고용시장이 바닥을 치고 올라서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인숙 통계청 고용통계팀장은 “고용 악화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고용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수출감소, 내수부진 등으로 고용 사정이 회복할 기미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62만6,000명)이 지난해 같은달 대비 9,000명 증가하며 7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하고, 구직단념자(15만1,000명)가 전달 대비로 2개월 연속 줄어든 것은 일자리 시장이 나아지리라는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도소매ㆍ음식숙박업(-15만9,000명) 제조업(-14만명) 건설업(-12만5000명) 등 민간 부문의 일자리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
희망근로프로젝트 등 추경 효과가 고용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한다 해도 지표 급락세를 진정시키는 정도에 그칠 뿐 본격 회복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대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고용 시장에는 악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생산지표 등이 좋아졌다고 하나 아직 경기가 회복되거나 고용 악화가 반전된 것은 아니다”며 “일자리 감소세는 당분간 유지되고 올 4분기 이후에나 고용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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