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고… 다듬고… 칠하고… 특성화高 '실습 삼매경'
굳은 살이 박이고 연장에 베여 상처가 나고 물에 퉁퉁 불어도 손이 쉬지않고 분주히 움직인다. 교사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세워 집중을 하면서 입가에 미소는 떠날 줄 모른다.
과거 학업성적이 뒤쳐져 어쩔 수 없이 가는 학교정도로 인식되었던 실업고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원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 모여든 학생들이기에 학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못마땅하게 생각하셨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하세요"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있고…" 장신구를 다듬으며 대답하는 한진금은세공특성화고등학교 3학년 조영래 학생의 능숙한 손놀림에 프로다운 모습이 엿보인다.
특성화 고등학교의 장점 중 하나는 실습을 통해 직업현장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교문을 들어서자 조리모를 쓴 무리들이 90도로 인사를 하며 지나간다.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학교는 배움의 장이자 동시에 치열한 현장이다.
음식 열기로 뿌연 실습실은 여기저기서 나는 도마질 소리와 기름 튀기는 소리들로 전쟁터와 다름없다. 어떤 재료를 어떻게 쓸 건 지 서로 상의하는 학생들의 얼굴엔 진지함이 가득하다.
특성화고의 수업모습은 다소 경직된 인문고 학생들의 수업 모습과는 달리 자유분방하다. 실습실에서 음악이 흘러 나오고 잡담으로 시끌시끌한 실습 모습이 처음 학교를 방문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지만 주의깊게 들어보면 얼마나 열정적으로 자신을 숙련시키고 있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스스로 좋아서 선택했고 조금이라도 게을리하면 도태되어 버티기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에 탈선하는 학생이 거의 없어요."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조창애 교사의 귀뜸이다.
실제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수업시간 중 아무때라도 자유롭게 도서관을 이용해 자료를 열람하고 홀로 부족한 부분을 실습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특성화고는 인문계를 선호하는 정서 속에서 존폐의 위기에 선 실업고들의 새로운 선택이었고 몇몇 학교들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적성에 맞는 인력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되었고 곧바로 현장에 투입될 전문인력들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인문계를 선호하는 사회적 풍토 속에 제대로 양성된 우수전문인력의 진로가 뚜렷하지만은 않다.
"몇 해 전부터 해외진학이나 해외취업에 비중을 두고 있어요" 애니매이션고등학교 조창애 교사의 말은 우수한 인재 배출에 대한 자랑이자 동시에 전문 기술인력 차별대우에 대한 아쉬움이다.
'반드시 일하는 손이 존경받는 사회가 올 겁니다.' 고된 작업으로 여린 손이 투박한 장인의 손으로 바뀌는 과정은 '희망' 그 자체다.
일하는 손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하지 않던가. 희망을 품은 아름다운 손들은 오늘도 쉬지 않고 계속 담금질을 하고 있다.
사진·글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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