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야당과 시민단체 주최로 6ㆍ10 범국민대회가 열린 서울광장 주변엔 하루 종일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이어졌다. 경찰이 차벽으로 서울광장을 원천봉쇄 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밤 늦게까지 태평로 일대 차로를 점거하면서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7시30부터 3시간 가량 진행된 6ㆍ10 범국민 대회에는 민주당 등 야당 당원들과 진보성향 시민단체와 노동단체, 일반 시민 등 수 만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대통령 사과", "국정 쇄신" 등을 요구하며 촛불을 켰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 4,000여명은 오후 10시 30분께 태평로를 점거한 채 경찰을 향해 소주병과 플라스틱 물병, 달걀 등을 던지며 광화문 방면 진출을 시도했다. 이에 경찰은 최루액을 쏘며 맞대응하는 등 밤 늦도록 곳곳에서 충돌이 계속됐다.
당초 범국민대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했던 경찰은 서울광장 대신 서울시의회와 국가인권위원회 앞 도로에 차벽을 설치해 광화문이나 종로 방향 진출을 차단했다. 경찰은 152개 중대 1만3,000여명과 물포 8대 등을 이 일대에 배치했다.
경찰은 밤 11시 7분께 본격적인 강제 해산에 돌입해 시민 20여명을 연행했다. 경찰이 시위대를 인도로 밀어올리는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져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앞서 이날 오전부터 행사 차량의 광장 진입 문제로 경찰과 주최 측이 승강이를 벌이며 충돌을 빚었다. 주최 측과 경찰 간 첫 마찰은 오전 8시께 주최 측이 무대장비 차량 8대의 서울광장 진입을 시도하면서 벌어졌다. 경찰이 "불법 정치집회로 변질될 수 있다"며 이를 막자, 전날부터 밤샘 천막농성을 한 민주당 의원 등이 격렬하게 항의했다.
오전 9시께 경찰이 서울광장 잔디밭으로 들어선 행사 차량을 견인하려 하자 야당 의원, 당직자 등 200여명이 막아 서면서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7일째 단식농성 중이던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강기갑 민노당 대표는 전경들 머리 위로 몸을 날리며 헬멧을 두드리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견인차 유리창에 매달려 저지하던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현행범으로 체포돼 끌려갔다 신분을 밝히고 풀려나기도 했다. 행사 차량을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은 오후 1시께에도 빚어졌다.
오후 2시50분께는 고 강희남 범민련 초대의장의 노제 행렬이 서울광장 맞은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등장하자 한때 긴장감이 높아졌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민족련방제통일추진위원회' 소속 200여명 참가자 중 일부가 한 방송사의 카메라 촬영을 방해했다.
범국민대회 주최 측에 앞서 서울광장 집회 신고를 했던 자유총연맹과의 사이에 우려했던 충돌도 발생하지 않았다. 자유총연맹 소속 300여명은 오후 1시50분께부터 50분 가량 시청역 근처에서 '승용차 요일제 캠페인'을 진행한 뒤 해산했다. 오후 4시 20분께는 강기갑 대표 등 민노당 관계자들이 광장 주변서 삼보일배를 하며 청와대 방향으로 진출을 시도하다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서울광장에 있던 50, 60대 범국민대회 참가자 40여명은 정부를 지지하는 시민을 내쫓는 등 과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잘못한 게 뭐가 있느냐"고 항의하던 시민을 둘러싸고 "개XX, 네가 뭔데 여기 오냐"며 욕설을 퍼붓고 광장에서 쫓아냈다. 자유총연맹 유니폼을 입은 여성 2명은 광장에 들어서자마자 조끼를 빼앗겼다.
오후 4시30분께 1,200여명에 그쳤던 참가자는 5시30분께 3,300여명, 6시30분께 7,000여명으로 불어났고, 본 행사가 시작된 오후 7시30분께는 2만2,000여명(경찰추산)이 운집했다. 정리해고에 반발해 이른바 '옥쇄파업' 중인 쌍용자동차 노조원 300여명과 금속노조 조합원도 참가했다.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 소속 중고생 50여명도 교복 차림으로 참가해 청소년 네티즌 3,076명이 서명한 시국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앞서 이날 오전 국가인권위원회는 참여연대가 신청한 서울광장 사용 긴급구제 신청을 법원에서 진행 중인 가처분 신청과 중복된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강희경 기자
장재용 기자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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