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출범한 지 100일이 다 되어간다. 이 위원회는 한나라당이 제출한 미디어법 개정안에 대해 100일 동안 여야가 추천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여론을 수렴하고 심도있게 논의하여 타결점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여야가 합의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위원회가 제대로 결실도 맺지 못하고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출범 초부터 야당측 추천의 공동위원장이 모 일간지에 쓴 기고문을 문제 삼아 파행을 보이더니, 회의의 공개 여부를 놓고 또 한동안 삐걱거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문제를 놓고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로 위원회의 활동기간을 연장시키는 문제를 놓고 또 갈등을 표출하였다. 정말 한심한 노릇이다. 핵심은 어디로 갔는지 실종되고 절차와 명분만을 앞세우는 모습이 마치 조선시대의 사색당파 싸움을 연상하게 한다.
위원회의 위원들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추천받은 사람들이다. 비록 여당과 야당의 추천이라고는 하지만 전문가로서 좋은 안을 만들 수 있도록 논의하고 또 합의점을 찾아가려는 노력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추천한 당의 눈치를 보면서 대리전을 하는 용병의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정치인들에게 맡기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심지어 위원회 활동을 무력화시키고 100일이라는 한시적 기간을 무사히 지켜낸 공이 인정되어 주요 자리에 내정된 위원이 있다는 유언비어까지 난무하고 있다. 헛소문이길 바란다.
위원회가 매주 금요일마다 진이 빠지게 회의를 하고 식사시간을 아껴가면서 심도있게 논의를 한다는 소리를 한 위원회 참여 인사로부터 듣기도 하였다. 그렇다. 미디어법 개정은 그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신문과 방송이 겸영을 하면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을까? 방송에 대자본이 들어오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긍정적인 기대보다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더 심각하지 않을까? 만약 개정안 중에서 받아들일 만한 것이 있다면 어떤 보완책들이 마련되어야 할까? 등등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궁금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게다.
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내게 되면 위원들도 문제지만 국회 또한 사회적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 할 것이다.
국회는 정말로 여론을 수렴하고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위원회를 구성하여 100일이라는 기간 동안 논의하겠다고 합의를 하였는지 그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 작금의 정황을 보면 여야 모두 면피하기 위해 마지못해 합의를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위원들은 전문가로서 소신을 갖고 쟁점들을 잘 마무리 짓기를 바란다. 또한 여든 야든 정당들도 위원들에게 당의 입장을 주문하기보다는 위원회에서 결정한 것들을 수렴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위원회 활동의 결과에 대해서는 결국 국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의 눈과 귀가 무섭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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