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0 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0일 정치권은 민주당의 서울광장 장외투쟁을 놓고 날선 공방을 주고 받았다. 전날 서울광장에서 밤을 샌 민주당은 이날 경찰과의 몸싸움도 불사하며 장외집회를 강행했고, 한나라당은 이런 민주당을 향해 "길거리 정치 그만 하라"며 집중포화를 쏘았다. 자유선진당은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날 오전 민주당이 서울광장에서 농성을 벌이던 시간에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ㆍ중진 연석회의는 민주당 성토장이었다. 박희태 대표는 "6ㆍ10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고 민주적 의회제도를 부활시켰다"면서도 "그때와 22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은 전혀 다르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항쟁정신을 이어받는 것은 좋지만, 과거 회귀적 투쟁 일변도는 시대착오"라며 "애써 마련된 민주의 전당을 외면하고 길거리 정치에 몰두하는 민주당을 보면 딱하기 짝이 없으며, 언제 고질적 가투 습성을 버릴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재야 세력 주도의 장외집회에 민주당 전 의원이 동참하는 것은 사회갈등을 부추겨 정국 주도권을 잡아보겠다는 정략적 행태"라며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장외로 나간 것은 6ㆍ10 항쟁 22돌이 되는 날에 제1야당이 민주주의 후퇴를 선택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정치를 통해 사회갈등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갈등을 부추기는 악습에 빠지지 않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당의 비판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이날 서울광장에서 6ㆍ10 범국민대회를 강행했다. 민주당 소속 50여명의 의원들은 9일 비를 맞으며 서울광장에서 밤샘농성을 벌인 데 이어 이날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및 시민단체들과 함께 장외 집회를 가졌다.
본행사에 앞서 열린 규탄대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기조 변화 촉구 등 대정부 공세가 주를 이뤘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민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정권의 말기는 항상 불행했다"며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 회복, 남북대화 재개, 서민경제 회생 등을 바라는 민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원혜영 의원도 "시민들도 정부가 국정 쇄신할 수 있도록 함께 투쟁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밖에 "소통과 대화의 장소인 광장을 봉쇄하는 게 대통령이 강조하는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일이냐"(김진표 최고위원), "정부가 독재로 가고 있다"(조경태 의원)는 등의 비판도 이어졌다.
오후 7시30분부터 시작된 본행사에서 6ㆍ10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은 ▦대통령의 사과 및 강압통치 중단 ▦총체적 국정기조 전환 ▦부자편향 정책 중단과 서민 정책 최우선 시행 ▦남북간 평화적 관계회복을 위한 정책 시행 등의 요구를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자유선진당은 양당을 모두 비판했다. 이회창 총재는 이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을 통해 "민주당은 무조건 국회로 들어와야 하며 그들이 앉아 있을 곳은 국회의사당"이라며 "한나라당도 단독국회 강행을 협박하지 말고 진정성을 갖고 민주당과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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