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자격이 없는 의사를 파견해 국제아마복싱연맹(AIBA)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한국 복싱이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더욱이 국제연맹은 "한국 선수들이 2010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2런던올림픽에도 출전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혀 파문이 커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 마산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선발전. 당시 한 선수가 "한계 체중을 넘겼지만 경기에 출전했다"고 말한 게 화근. 진성서를 접수한 국제연맹은 5월13일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KABF) 임원의 자격을 정지하는 징계를 내렸다. 이에 대한복싱연맹은 '회장선거(1월)와 관련해 중상모략이 있다'며 반발했다.
대한복싱연맹 신우식 이사는 5월23일 아르메니아에서 열린 세계청소년대회에 단장으로 참가했다. 그러나 단장이 아닌 의사로 등록된 게 문제였다.
국제연맹 김호 사무총장은 "대한복싱연맹에 징계를 받은 임원은 단장이 될 수 없다고 통보하자 대한복싱연맹은 신우식 이사를 팀 닥터로 등록했다"고 주장했다. 대한복싱연맹이 대회 출전이 금지된 임원을 파견하기 위해 단장을 의사로 포장했다는 이야기다.
국제연맹은 5월27일 징계위원회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한복싱연맹의 회원국 자격을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복싱연맹 오인석 전무는 "국제연맹이 계체 부정에 대해 조사도 하지 않고 징계부터 내렸다. 팀 닥터 문제도 신우식씨가 스포츠마사지 자격증을 갖고 있어 마사지사로 보냈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계체 부정이 실제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징계를 받은 임원을 '의사'로 둔갑시킨 대한복싱연맹의 탁상행정 때문에 한국 복싱은 국제적인 놀림거리가 됐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 선수들은 지난 7일부터 중국에서 시작한 아시아선수권대회 출전이 좌절됐다.
나동길 대표팀 감독은 "할 말이 없다. 세계선수권대회(9월ㆍ이탈리아)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국제연맹에 '진상 조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며 일단 선수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해 놓고 있다. 그러나 국가대표 선수들이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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