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건설ㆍ조선업계에 대한 1차 신용위험 평가를 시작으로 한 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건설ㆍ조선업 2차 구조조정은 이달 안에 완료되고, 지난달 말 9개 그룹사가 채권단과 재무개선 약정을 체결한 데 이어 이번 주 안에 434개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다음 주부터는 신용 공여액 50억~500억 사이의 중소기업에 대한 평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건설ㆍ조선업은 이달 말까지 마무리
가장 먼저 시작된 건설ㆍ조선업 구조조정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채권은행들은 지난 3월 2차 구조조정대상 74개 건설ㆍ조선업체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를 진행, 이중 ▦15개사를 워크아웃(C등급) ▦5개사를 퇴출(D등급) 대상으로 정했다. 이 중 1개사는 워크아웃 약정을 이미 체결했고, 대주주 사재 출연 등 자구책을 내놓은 조선사 TKS와 대아건설은 워크아웃에서 벌써 졸업했다. C등급으로 분류된 기업 중에도 중도건설 등 3개사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신용위험 평가를 마친 1차 구조조정 대상 건설ㆍ조선업체들에 대한 워크아웃 계획도 지난달 확정됐다. C등급을 받은 11개사 중 8개사가 워크아웃 계획을 확정했고 신일건설, 롯데기공 등 2개사가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한 반면 진세조선은 워크아웃 기간이 종료됐는데도 주채권은행인 국민은행과 선수금 환급보증(RG)을 선 보험사 간의 이견으로 추후 지원 계획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이번 주까지 채권단이 처리 방안을 확정하지 않으면 진세조선은 법정관리나 매각, 파산 등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한편 중소 해운사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는 4월말 완료됐으며 현재 워크아웃 약정 체결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해운업의 경우 글로벌 경쟁에 노출돼 있어 신용위험 평가 결과가 알려지면 당장 수주가 끊길 우려가 높다"면서 "워크아웃 등이 진행 중이지만 결과는 발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평가만 완료
워크아웃 약정을 체결한 건설ㆍ조선업체의 경우 일찌감치 명단이 발표됐고 자산 매각과 신규자금 지원 등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러나 대기업, 특히 45개 주채무계열 그룹사들의 신용위험 평가와 재무개선 약정 체결 과정은 진통이 따랐다. 애초 11개 그룹의 재무구조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으나 약정 체결은 10개→9개 순으로 줄었다. 예컨대 두산그룹은 재무개선 약정을 체결하지 않는 대신 계열사 4개 매각을 골자로 한 독자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고, 웅진그룹도 자율협약을 맺었다.
주채권은행과 재무개선약정을 맺은 9개 그룹사 중 가장 진통을 겪은 곳은 금호아시아나 그룹이었다.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재무적 투자자들과 맺은 '풋백옵션(주가가 떨어질 경우 금호측이 되사준다는 조건)' 때문에 연말에 4조원 가량의 자금 부담이 생기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지분 매각을 요구한 반면 금호측은 다른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하겠다고 맞섰던 것이다. 결국 금호는 7월 말까지 FI를 유치하지 못하면 산은 주도의 사모펀드(PEF)에 대우건설을 넘기기로 약속했다.
그 밖의 그룹사들도 채권단과 줄다리기 끝에 계열사 매각 등을 골자로 하는 약정을 체결했다. 동부그룹은 동부메탈을 산은 PEF에 팔기로 했고, 대한전선은 약정체결 전 포스코에 대한ST를 매각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아직도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재무개선약정이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어느 기업이 어떤 계열사를 매각하게 되는지 ▦매각약속은 과연 지킬지 ▦매각을 하면 정말로 신용위험이 제거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쪽도 적지 않다. 엄밀히 말해 대기업 구조조정은 정부와 채권단의 평가만 끝난 상태이며, 시장의 평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채권은행들은 채무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434개 대기업에 대한 평가를 이번 주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다음 주부터는 신용 공여액 50억~500억원 사이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평가 작업에 돌입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별한 시한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7월 말까지 평가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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