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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철수 도미노'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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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철수 도미노' 우려 확산

입력
2009.06.0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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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개성공단에서 공식 철수하는 업체가 처음 나오면서 '개성공단 철수 도미노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북측이 남측과 맺은 근로자 임금 기준과 토지사용료 등 각종 계약을 전면 재조정하겠다고 통보해놓은 상태에서 핵실험 등 연일 강공을 펼치고 있어 개성공단은 그야말로 살얼음판 그 자체다.

이번에 철수를 선언한 S사는 가죽제품 제작사로, 산업단지공단이 분양 받아 지은 아파트형 공장에 임대로 들어온 업체다. S사처럼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한 업체들은 직접 토지를 장기분양 받은 업체들과 달리 자금력이 빈약한 영세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업체가 철수할 경우 임대보증금은 산단공으로부터 되돌려 받고, 설비는 자체적으로 철수한다. 많은 자금을 투자해 공장을 지은 일반 업체들과 달리 당장 철수해도 별로 손해 볼 게 없다.

따라서 북측의 재계약 요구가 터무니 없이 높은 수준일 경우 S사 같이 공장을 임대한 업체들은 줄줄이 철수를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106개 업체가 입주해 공장을 가동하는데, S사처럼 아파트형 공장에 임대로 들어간 업체는 32개사에 이른다.

개성공단 공장부지를 분양 받고서 입주를 포기하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9일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성공단 공장 부지를 분양 받았다가 입주를 포기한 업체는 9개나 된다. 이들 업체는 북측의 값싼 임금과 낮은 부지 임대료를 보고 분양을 받았으나 국내외 경기 불황으로 내수와 수출이 급감하자 추가 공장 설립을 포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업체들은 계약보증금만 떼이고, 나머지 중도금은 반환 받는다.

입주기업들이 개성공단에 계속 남아있을 것인지에 대한 판단의 핵심은 북측의 임금 인상 요구수준이다. 토지사용료 조기 납부 등의 조건은 수용할 수 있지만 임금을 중국이나 베트남 근로자 수준으로 높인다면 통행제한의 불편과 신변 위협까지 받으며 굳이 개성에 머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개성공단 근로자 공식 임금은 월 73~75달러 수준. 하지만 사회보장비와 교통비 등의 부대비용까지 합치면 월 100~120달러에 달한다. 월 200달러가 넘는 중국 도시 근로자보다는 낮다.

기본급이 월 100달러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처음 시범단지에 진출해 자리를 잡은 몇몇 선도업체를 제외하곤 잔류할 여력이 있는 업체는 많지 않다. 합리적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입주 업체들은 11일로 예정된 남북간 실무 협상에서 북측 요구조건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입주업체 대표는 "입주 업체 간에서 고임금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로 양분돼 있다"며 "북측의 요구 강도와 우리 정부의 협상력에 개성공단의 운명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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