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년제 대학 총장 협의기구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10학년도 대입시부터 성적 위주의 선발을 지양하고, 입학사정관제 신뢰성 확보를 위한 윤리강령 제정 등을 담은 '대입전형 선진화 공동선언'을 9일 발표키로 했다가 전격 취소했다.
대입 주무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 조차 발표 예정 시각 10분전에야 이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져 취소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교협 측은 "최근 교수들의 시국선언과 6ㆍ10 범국민대회 등 시기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대입 선진화 선언을 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대교협 주변과 교육계 일각에서는 공동선언 내용에 대해 일부 대학 총장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바람에 발표를 급작스레 취소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대교협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상암동 KGIT 빌딩에서 '대입전형 선진화를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키로 하고, 전날 오후 관련 내용을 담은 자료를 언론에 배포하기도 했다.
'전국 대학 총장 일동' 명의로 돼 있는 대입 선진화 공동선언은 성적 중심의 학생선발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모두 8가지 실천 방안을 담고 있다. 고교-대학간 협력체제 강화, 고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잠재력 있는 학생 선발, 입학사정관제 정착 노력, 입학사정관 윤리강령 및 내부관리체제 마련 등이 주된 내용이다.
대교협은 2월 교육과학기술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시도교육감협의회 등과 함께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한 이후 성적 중심의 선발전형을 억제하고 선진국형 전형안을 정착시킨다는 취지에 따라 이 같은 선언을 별도 준비해왔다.
대교협 측은 공동선언 내용을 총장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뒤 의견을 들었으며, 1~4일 서면이사회를 통해 관련 내용을 최종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동선언은 손병두(서강대 총장) 회장, 이배용(이화여대 총장)ㆍ서거석(전북대 총장)ㆍ이희연(군산대 총장) 부회장 등 회장단 4명이 함께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행사 시작 40여분 전인 오전 9시20분께 돌연 취소가 결정됐다.
박종렬 대교협 사무총장은 "오전에 회장단이 자체 모임을 갖고 (대입 선진화 공동선언 발표 시점이)시기적으로 좋지않다는데 합의해 취소했을 뿐 별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대교협 측의 취소 사유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입학사정관제 다단계 전형 등 공동선언에 담긴 일부 내용에 대해 총장들 간에 의견조율이 안됐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지방 사립대의 한 총장은 "한 달 이상 준비해온 대입 선진화 공동선언을 발표 당일 시국을 이유로 취소한 것은 총장 협의기구가 취할 자세가 아니다"며 "민감한 내용들을 더 다듬을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대교협은 16일 이사회를 열어 대입전형 선진화 공동선언문 내용을 다시 검토할 예정이어서 일부 내용 및 문구 수정 여부가 주목된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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