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 교과서도 제작 못한다."
아프리카 어느 빈국의 얘기가 아니다. 가장 풍요로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예산절감을 위해 종이 교과서를 없애는 등 교육관련 예산까지 삭감하겠다고 나섰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8일 "재정 절감을 위해 종이 교과서를 단계적으로 없애고, 이를 온라인 교과서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고 영국의 BBC가 전했다. 다음 학기가 시작되는 올 8월부터 우선적으로 주내 고교생들의 수학과 과학 수업에 온라인 교과서가 등장할 전망이다.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교과서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이 보다 더 최신 자료를 사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주는 3억5,000만 달러를 교과서 제작비용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이젠 재정적자가 243억 달러에 달해 더 이상 이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 주 정부는 이미 교육관련 예산 지출을 13개월에 걸쳐 53억 달러 정도 삭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를 위해 연간 수업일수를 일주일 가량 줄이고, 낡은 교과서의 교체주기를 늦출 예정이다. 학급 당 학생 수를 줄이기 위한 기금도 전용할 예정이다.
교육 예산이 축소되면서 벌써부터 교육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 학급당 학생 증가와 교사 추가 감원, 예능 수업 축소, 학교 추가 폐쇄 등의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여름 학기와 방과후 프로그램 등의 폐지까지 거론되고 있다.
주립대학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10개 캠퍼스가 속한 캘리포니아주립대(UC)는 내년에 5억3,100만 달러, 23개 캠퍼스를 운영하는 캘스테이트주립대(CSU)는 4억1,000만달러의 적자가 각각 예상되고 있다.
BBC는 "검증되지 않은 온라인 교과서까지 교육현장에 등장시킬 정도로 캘리포니아주의 재정상태는 최악"이라고 전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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