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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탄 박연차 "불안해서 잠이 안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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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탄 박연차 "불안해서 잠이 안 와"

입력
2009.06.0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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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태광실업 전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홍승면) 심리로 열린 공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한 박 전 회장의 얼굴은 눈에 띄게 수척해져 있었다.

박 전 회장은 법정 문 앞까지 휠체어를 타고 와 교도관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으로 들어갔다. 그는 공판 내내 고개를 푹 숙인 채 시선을 아래로 향했고, 이전 공판에서 보였던 특유의 당당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휴켐스 매각 비리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 대한 피고인 심문에서 본인의 이름이 수 차례 언급됐지만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장이 태광실업의 신발 사업과 베트남 전력 사업의 경과를 묻자 목소리를 높여 "(사업에) 더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변호인은 박 전 회장의 선처를 바라는 내용이 담긴 국내외 인사 4만여명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에 "박 전 회장이 허리 디스크, 심장병, 복부대동맥류 등 여러 질병을 앓고 있어 병원에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며 1주일간의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박 전 회장은 건강상태를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표현을 못 할 정도로 힘들다"고 심정을 드러냈고, 지난해 협심증 진단을 받은 것과 관련해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변호인은 "박 전 회장이 세무조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 심각한 우울증 증세와 자살 충동 진단을 받아 정신병동에서 입원 치료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주말을 이용해 1박2일로 검사를 받으면 된다"며 구속집행정지에 반대 의견을 표시했고,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서와 병원 기록 등을 참고해 결정하기로 했다.

한편 대검 중수부(부장 이인규)는 박 전 회장으로부터 수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김태호 경상남도 지사를 이날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김 지사가 2007년 4월 경남 밀양시에 영어도시를 유치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했다가 맨해튼 한인식당에서 박 전 회장의 부탁을 받은 식당 주인으로부터 수만달러를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해왔다.

검찰은 김 지사에 대해 대가성 입증 여부에 따라 정치자금법 위반 또는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 등에 대한 보강조사를 위해 지난 2일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이날 재소환 조사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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