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란이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외교적 고립과 경제난에 염증을 느낀 개혁 성향의 표심이 분출하는 가운데 현 체제 유지를 바라는 보수 세력의 움직임도 결사적이다. 7일 실시된 레바논 총선에서 친서방 세력이 승리한 것도 이란 대선 정국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박빙의 승부 예고
AFP통신 등 외신은 최근 이란 방송국의 지지율 조사를 인용해 야당 후보인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가 38%의 지지율로 마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을 4%포인트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초만 해도 무사비 전 총리는 21.0%의 지지율로 58.6%의 지지율을 보인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에 크게 뒤져 있었다.
무사비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수도 테헤란에서 확인되고 있다. 8일 테헤란에서는 무사비 후보를 상징하는 녹색 티셔츠 차림의 지지자들이 중심가인 아스르 거리의 19㎞를 인간 띠로 연결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한 지지자는 "현 정부가 부정을 저지르지만 않는다면 무사비가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사비 후보는 현장에서 "현 정부는 경제회생을 약속했으나 이행하지 않는 등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며 "인간 띠는 이란 국민이 거짓말을 거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맞서 아흐마디네자드 지지자 수만명은 테헤란 광장에서 이란 국기를 흔들며 세를 과시했다. 광장의 지지자들은 "아흐마디네자드만이 국제 무대에서 이란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여론조사는 오차가 많아 실제 투표 결과는 속단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레바논 총선ㆍ오바마 발언이 변수
대선 초반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낙승이 예상됐으나 막판에 무사비 전 총리의 인기가 급상승한데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카이로대 발언(4일), 레바논 총선(7일)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레바논 총선에서 레바논 국민은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에 명백히 반감을 표시했다"며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레바논 총선 결과를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카이로대 연설에서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것은 무식하고 혐오스러운 짓"이라고 발언한 것도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CSM은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며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툴라 하메네이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미국의 새로운 이미지'로 평가한 것도 온건파 후보에게 희망을 갖게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무사비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근본적으로 이란 국민 사이에 현 정권에 대한 염증이 광범위하게 확산됐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AP통신은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핵개발로 국제사회에서 이란의 고립을 자초하고 경제난을 불러왔다"며 "그는 방만한 재정운영과 인플레 및 높은 실업률로 민심을 잃었다"라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이 틈을 타 무사비 후보가 경제개혁, 서방과의 관계 개선, 여권 신장을 공약으로 내걸며 여성과 젊은 계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12일 대선에서 과반득표가 없으면 1, 2위 후보만 놓고 결선 투표를 하게 된다.
이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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