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연락이 없었던 노인 구독자 집 앞에 2,3일분 신문이 쌓이면 신문배달원은 즉각 당국에 연락한다. 우유배달원, 우편집배원도 마찬가지다. 전기ㆍ가스ㆍ수도 검침원, TV수신료 징수인도 낌새가 이상하면 비슷한 연락 책임을 진다. 방문간호 요원들의 주기적 탐방은 말할 것도 없다. 독거노인의 고독사를 조기에 발견하려고 일본이 금세기 들어 도입한 관행이다. 그래도 완벽하지 못하다. 사람이 하는 일에 따르게 마련인 소홀과 실수 때문이다. 그 구멍을 메워줄 기대주가 무선센서통신망(WSN, USN)을 활용한 '유케어(U-Care)' 시스템이다.
■효용은 국내에서도 일부 입증됐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해 8월부터 경기 성남시, 충남 부여군, 전북 순창군 등 3개 기초단체의 독거노인 5,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범사업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출입ㆍ활동량 센서와 화재ㆍ가스누출 센서, 응급호출장치 등을 전화망에 연결한 초보 단계의 시스템이었는데도 응급의료와 화재 방지 등 23건의 실적을 냈다. 기초단체 별로 20~30명을 파견해 둔 노인 돌보미 운용과 연계, 방문관리의 실효성을 높인 성과가 특히 컸다고 한다. 이에 힘입어 올해는 경북 문경시 등 6개 자치단체로 대상을 넓혔고, 내년에는 20개, 2012년에는 100개로 더 확대할 방침이다.
■기술ㆍ산업 측면에서도 유케어 시스템의 전망은 밝다. 지난해 국내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93만명으로 매년 5만명 늘어나는 추세가 뚜렷했다. 이 가운데 특별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독거노인이 17만명이 넘는다. 전국 5,000명의 노인 돌보미와 지역별 자원봉사자로는 감당할 수 없어 유케어 시스템의 시장성은 밝다.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사업은 물론, 가정용 가스나 열기, 수돗물 공급망에도 덧붙여 볼 만하다. 나이가 들수록 규칙성이 커지는 노인들의 생활습관으로 보아 훨씬 정교한 정보 감지를 겨냥할 수 있다.
■다만 시스템이 정교해질수록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이 커 정보보호 기술도 긴요해진다. 오늘부터 12일까지 코엑스 대서양관에서 열리는 '국제보안기기 및 정보보호 전시회'에서 두 기술의 조화를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기술과 산업도 궁극적 사회안전망을 보장해주진 못한다. 지난달 25일 충북 청주의 할머니(80)가 숨진 지 5개월이 지난 미라 상태로 발견된 데 대해 어제 지역시민단체 '청주청년회'는 사회적 무관심과 부실한 노인복지가 사건의 주범이라고 논평했다. 하기야 가족과 이웃의 따스한 관심보다 더 정교하고 튼튼한 사회안전망은 생각해내기 어렵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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