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게걸음(횡보)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400을 맛본 뒤 숨 고르기에 들어갔고, 코스닥시장의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주식을 사는 것도, 파는 것도 어정쩡한 상황. 추가상승 동력의 부재와 돈이 끌어올렸던 '유동성 장세'의 막바지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6월의 증시는 의미가 깊다. 당초 올 증시가 '상고하저'(上高下低)가 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기 때문. 그대로 이뤄진다면 상반기의 끄트머리인 이제는 서서히 주식을 팔아야 할 시점, 최소한 하반기 투자전략을 미리 세울 때다.
주요 증권사 8곳의 리서치센터장에게 하반기 증시의 향방을 물었다. 구희진(대신) 김영익(하나대투) 김학주(삼성) 문기훈(굿모닝신한) 박종현(우리투자) 서용원(현대) 이재광(한국투자) 홍성국(대우ㆍ가나다 순) 센터장은 "아직 추가 상승여력은 남았다"고 입을 모았다.
얼마나 더 오를까
8명 중 5명이 1,600부근을 올해 고점으로 봤다. "3분기를 정점으로 4분기엔 다소 부진 혹은 정체"라는 데도 대체로 이견이 없었다. "경기회복 국면, GDP성장률 반등 전망"(구희진), "연간 기준 가장 좋은 거시지표 및 기업실적 발표"(박종현), "저금리로 인한 위험선호도 증대"(문기훈) 등이 근거로 꼽혔다. 유동성에 대한 믿음도 꺾이지 않았다.
1,700을 고점으로 내건 서용원 센터장이 가장 후했다. "초과유동성 상황이 지속되고 신용위험 개선, 자금시장 정상화, 실물침체 강도 완화 등에 힘입어 경제 주체들의 신뢰가 회복되고 있다"는 게 이유다.
반면 김학주, 이재광 센터장은 신중론을 폈다. 기술적 반등, 기업이익 등의 호재는 이미 반영됐고 부담만 남았다는 것이다. 김학주 센터장은 "3분기부터 기업도산 본격화, 중국 은행들의 부실여신 확대 우려 등으로 연말엔 1,240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봤고, 이재광 센터장은 "정책효과의 공백 가능성 때문에 1,450이 한계"라고 주장했다.
9일 종가로 따지면 최소 80포인트, 최대 330포인트 정도의 상승여력이 있다는 결론이다.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차익실현을 염두에 둬야 하는 반면 공격적인 투자자에겐 추가 매수의 기회가 여전히 남은 셈이다. 김학주 센터장은 "기업가치 개선종목, 원자재 관련 종목, 우선주보다는 보통주, 반도체보다는 휴대폰이 유망하다"고 귀띔했다.
어떤 종목이 오를까
LG전자가 압도적인 지지(8명 중 6명)를 얻었다. "2분기 이후 글로벌 휴대폰 수요 회복"(박종현), "LCD TV 판매 호조로 영업이익 호전"(김영익),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 선두업체 위축에 따른 글로벌 점유율 확대"(김학주) 등이 추천 이유다. 3명(서용원 구희진 박종현)의 추천을 받은 LG디스플레이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자동차 관련 종목인 현대차(4명)와 현대모비스(3명)도 다수가 유망 종목으로 거론했다. 기아차는 "신차 효과에 따른 해외부문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을 주목하라"(서용원)는 의견이다.
종합하면 향후 상승주역은 IT와 자동차라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경기부양책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는 경기소비 업종(자동차)과 글로벌 경쟁력으로 위상이 올라간 IT 업종의 비중을 확대하라는 것이다. 이밖에 포스코 현대제철 현대백화점(각 2명씩 추천) 등도 주목을 받았다.
챙겨야 할 변수는
지수하단은 확실히 연초(1,000포인트)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최저 1,120(김학주)~1,150(이재광)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는 만큼 안심은 금물이다. 즉 시장을 뒤흔들 변수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물가상승 부담에 따른 각국 정부의 유동성 환수"(김학주), "환율효과 소멸 및 미국 가계 소비 악화 지속"(서용원), "상품가격 상승 속도와 미 재정적자 확대"(구희진),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 및 영국발 금융위기 우려"(박종현),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김영익), "정부 부실 확대"(홍성국) 등이 센터장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고찬유기자
강지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