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데니스 블레어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직원들에게 향후 DNI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을 대신해 해외파견 정보책임자를 선발하겠다는 문서를 발송했다. 그러자 다음날 레온 파네타 CIA 국장은 자신명의의 문서를 직원들에게 보내 "블레어의 메시지는 무시해라. CIA는 여전히 수십 년간 맡아온 해외정보 업무를 총괄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내 두 거대정보 기관인 DNI와 CIA의 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재중이지만 해결이 쉽지 않을 정도다. 법률적 관점에서만 본다면 CIA가 상급기관인 DNI의 지시를 고분고분 따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DNI는 9ㆍ11 테러와 이라크 전쟁 이후 드러난 CIA의 정보획득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04년 탄생한 통합정보기관이다. 직제상 DNI국장은 CIA, 연방수사국(FBI) 등 과거 CIA국장이 지휘하던 16개 정보기관의 총괄지휘권을 갖고 있다.
블레어 국장은 상급기관 명령에 따르지 않는 파네타 국장의 행동에 불같이 화를 내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CIA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파네타 국장은 해외첩보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램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 등 행정부와 의회의 지인들과 접촉하며 CIA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블레어 국장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매일 직보하며 백악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여론은 DNI에 유리한 편이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미 상원 정보위원장도 "우리는 냉전시대 마인드를 버려야 하지만 CIA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CIA의 저항을 비판했다.
전ㆍ현직 CIA 요원과 정부 관리들은 CIA가 여전히 많은 국가에서 대표정보기관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각국 사정에 따라 다른 정보기관이 더 효율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도청분야에서 영국정부와 협력하고 있는 NSA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국방부 산하의 국방정보국(DIA)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CIA는 DNI 구상대로 해외업무가 조정되면 CIA가 1940년대 이후 구축해온 정보습득 노하우가 사라지고 수십 년간 다져온 주재국 정보기관과의 협력도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NYT는 "블레어 국장이 CIA와의 갈등을 해결한다면 백악관이 그의 구상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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