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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에 보는 한국일보 55년/ 한국일보는 '더 나은 미래'로 앞서갑니다

입력
2009.06.09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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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신문은 어떤 형태로 존재할까. 종이에 인쇄돼 배달되는 미디어가 미래에도 지속될까. 그리고 신문사라는 조직은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디지털 문명의 범람과 함께 이런 질문이 잦아졌다. 대답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 접속'이 가능한 유비쿼터스(ubiquitous) 환경은 일견 신문이라는 매체와 상극으로 보인다. 그러나 뉴스를 담는 형태는 변하더라도 신문이 갖는 고유의 기능 자체는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래의 신문 형태로 예측되는 가장 일반적인 유형은'T-페이퍼'와 'M-페이퍼'이다.' T-페이퍼'는 집이나 사무실에 보급된 TV를 통해 신문을 읽도록 고안된 미디어다. 간단한 조작으로 관심 있는 기사를 크게 확대해 볼 수 있고, 별도의 저장 공간에 디지털 이미지 형태로 기사를 스크랩해 둘 수도 있다.

또 현재의 종이 신문과 같은 유형의 레이아웃으로 편집해 신문을 읽는 친근함을 주면서, 동시에 기존의 스틸 사진 대신 동영상을 관련 이미지로 제공할 수도 있다.

손에 들고 펼쳐 읽는 대신 TV화면을 이용할 뿐 현재의 신문과 가장 유사한 형태의 미래 신문 형태다. T-페이퍼는 IPTV 등 기술적 인프라의 보급이 빨라 이른 시일안에 실용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M-페이퍼'는 휴대전화나 PDA 등 이동통신 장비를 통해 신문을 읽는 형태다. 이 기술은 이미 상당 부분이 상용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다.

나아가 'E-페이퍼'는 전자 종이로 불리는 미래형 디스플레이에 신문의 내용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신문사는 각 구독자의 취향을 파악, 개별화된 편집을 제공할 수 있다. 현재의 신문과 가장 비슷한 형태로, 가장 진보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각종 SF영화에서 미래의 신문으로 그려지는 것이 바로 'E-페이퍼'다.

그런데 이처럼 신문의 형태가 변화한다면 '신문사라는 조직이 꼭 필요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디지털 환경에서 뉴스는 누구나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문이라는 매체가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은'편집'이라는 고유한 기능 때문이다.

세계적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인터넷의 문제는 정보의 과잉으로 꼭 필요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밀한 취재와 수많은 게이트키핑을 거친 신문 기사의 질은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여타 인터넷 정보와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신문이 가진 또 다른 강점은 '브랜드'이다.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에 대한 피로가 임계점에 달하면, 대중은 결국 권위있는 정보만 선별적으로 접근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확성과 깊이가 최대 장점인 신문은 미래에도 가장 경쟁력 있는 매체로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달 수단의 진화로 현재의 뉴미디어와 실시간 접근성 차이가 줄어들수록, 신문의 경쟁력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원고지… 납 활자… 鉛版… 신문제작 '그때를 아시나요'

지금은 노트북 PC로 기사를 쓰고 컴퓨터 편집기로 신문을 제작한다. 하지만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신문은 원고지에 쓴 기사를 납활자로 만들어 지면을 만들던 '정판시대'였다.

당시 신문제작 장비는 납활자, 활자 주조기, 자모 조각기, 모노타이프, 정판대 등이었다. 이 시대의 신문제작 공정은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취재 데스크가 최종 승인한 원고지 형태의 기사를 보내면 문선공이 원고대로 활자를 뽑고, 이 활자를 실로 꽁꽁 묶어 '기사 덩어리'를 만들어낸다.

편집기자가 톱과 중간톱 등 기사의 크기와 자리를 지정하고 제목을 달면, 조판하는 사람은 거기 따라 활자 덩어리를 적당히 나누고 배치해 한면을 만들어냈다. 그 위에 두꺼운 종이를 대고 롤러로 밀어 주형 역할을 하는 지형을 뜬 뒤, 이를 다시 찍은 연판을 윤전기에 걸어 신문을 인쇄했다. 연판은 처음 만든 원판처럼 글자의 좌우가 뒤집어진 형태이고, 여기에 잉크를 묻혀 인쇄하는 과정을 거쳐야 제대로 된 신문 형태로 나왔다.

한국일보가 납활자 시대를 마감한 것은 1993년. 그해 9월 1일부터 전 지면에 전산제작 시스템(CTS)을 도입했다. 기사작성·송고·데스킹·편집·교열·조판·인쇄까지의 전과정을 컴퓨터로 처리하게 됨으로써 신문제작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이후에도 시스템의 운영체계 등 신문제작 시스템은 끊임없이 진화해 오고 있다. 그러나 기술 발달에 따라 신문제작 공정은 혁신됐지만, 새벽부터 사회부 기자들이 시내 주요 경찰서 등을 순회하며 사건을 취재하고, 국제부 기자들이 철야를 하며 각국의 뉴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치열한 취재과정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제작 시스템은 바뀌었지만 기사의 심층 취재와 분석, 이슈 선택 등 신문 고유의 기능은 여전히 굳건하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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