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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원더걸스, 음악도 '멜팅팟'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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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원더걸스, 음악도 '멜팅팟' 시대

입력
2009.06.08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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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평론가 2008년 한 해 동안 음악활동 수입만 779억원, 1억명의 시청자를 모은 TV쇼의 주인공, 미국 10대의 우상. 지난주 원더걸스가 미국 활동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은 조나스 그룹에 소속된 조나스 브라더스를 설명하는 몇 가지 사실들이다.

원더걸스는 앞으로 조나스 브라더스의 전미투어 공연 오프닝에 빠짐없이 서고, 조나스 브라더스는 그들의 데뷔 앨범에 참여할 예정이다. 한국으로 치면 신인 가수가 대형 기획사와 계약하는데 그 회사의 인기 아이돌 그룹이 앨범에까지 참여하는 것이니, 원더걸스는 미국 메이저 시장에 바로 진입할 기회를 잡은 셈이다.

조나스 그룹이 이런 결정을 내리 것은 원더걸스가 미국 10대들에게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조나스 브라더스가 미국의 10대 전용 채널이라 할 수 있는 디즈니 채널의 TV쇼 '캠프 록' 등을 통해 멤버들을 캐릭터화, 10대들의 인기를 얻은 것처럼 원더걸스도 비슷한 방식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원더걸스는 디즈니 채널 출연을 타진하기도 했다. 이런 판단에는 미국 관계자들이 원더걸스의 '노바디'에 대해 "귀여운 아시아 소녀들이 흑인의 복고 음악을 새롭게 소화한 것이 인상적이었다"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원더걸스는 '노바디'를 무대 콘셉트까지 똑같이 해서 미국 첫 싱글로 낼 예정이다.

이는 미국 진출을 꿈꾸는 한국 뮤지션들에게 중요한 힌트다. 한국에서 팝음악을 하는 것은 대부분 미국 빌보드 차트의 최신 트렌드를 따르는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많은 나라들은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팝 음악을 자신의 것으로 수용했고, 이제는 거기에 지역적인 특색을 부여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최근 미국 대중음악에 레게, 라틴 등 제3세계 음악들이 대거 섞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세계 팝이 미국 중심으로 세계화됐다가, 다시 지역적인 특색을 갖기 시작한 셈이다. 한국에서 복고적인 흑인 음악을 한국의 감수성 안에서 소화한 '노바디'는 그런 결과물 중 하나다. 큰 틀에서는 그들과 비슷하지만, 거기서 전혀 다른 색깔을 내면서 오히려 그들의 관심을 모은 셈이다.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은 우리가 서구 트렌드의 수용을 넘어 우리의 지역색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할 단계에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한국에서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유행했다. 그 다음에는 "세계적인 것이 한국적이다"라는 말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세계적이면서도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시대가 온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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