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에서는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거나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정도의 평범한 친환경 도시를 넘어 아예 탄소, 쓰레기, 자동차가 없는 도시를 표방한 '녹색 도시'들이 한창 건설되고 있다. 아직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세계적 관심 속에서 벌써부터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세계 최초의 무탄소 도시 마스다르 시티(Masdar City)가 대표적 사례.
마스다르 시티는 아랍에미리트의 수도인 아부다비에서 약 30㎞ 떨어진 해안에 위치한 사막도시다. 면적은 6㎢로 여의도의 3분의 2 정도. 정부는 이곳이 2016년까지 완전한 친환경 도시로 탈바꿈할 때까지 총 22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곳이 여러 면에서 기존 친환경 도시와 차원이 다르다고 평가한다. 마스다르 시티의 에너지 소비량은 비슷한 크기의 다른 도시에 비해 20% 밖에 안 된다. 건물 곳곳에 풍력터빈을 달아 전력생산 외에 천연 에어컨 역할까지 하도록 설계하는 등 자연을 그대로 활용하려는 노력 때문이다. 또한 쓰레기의 대부분을 퇴비나 연료로 재이용해 '쓰레기 배출 제로'를 달성할 계획이다.
특히 마스다르 시티는 7m 콘트리트 기둥 위에 세워지게 된다. 기둥 위는 보행도로를 위주로 한 녹색지대가, 기둥 아래엔 자기부상열차 등 자동화운송수단이 움직인다. 단거리 이동시에는 자전거와 전기로 움직이는 1인용 교통수단인 세그웨이(Segway)를 이용한다. 아부다비는 이와 같은 마스다르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개최된 클린테크 포럼에서 '올해의 클린테크 리더'상을 수상했다.
다른 중동 국가들도 무탄소를 지향하는 녹색도시 건설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두바이는 두바이랜드 내에 약 7,000명을 수용하는 제리타운(Xeritown)을 2012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며, 쿠웨이트는 2030년까지 수비야에 250㎢의 더시티오브실크(the city of silk)와 카바리미래도시(Khabary Future City) 등을 건설한다.
과거 에너지 고갈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중동이 녹색도시 건설에 적극 참여하게 된 것은 최근 유가불안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석유 수출국에서 에너지 수출국으로 변화해야 미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예를 들어 마스다르시티에는 1,500개의 친환경기술기업이 입주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아랍에미리트는 녹색에너지 수출국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또 사막의 강한 태양광 및 광대한 미개발 지역 등 자연적 특성과 그간 축적한 풍부한 오일머니도 녹색도시 개발에 좋은 여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건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녹색도시 건설을 중심으로 산업 기회가 곳곳에 있다"면서 "태양에너지, 그린정보기술(IT), 친환경 건축자재, 수자원 활용기술 등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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