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의 비극을 불러온 한 축은 인간의 탐욕과 무지다. 후세의 학자는 지금의 위기를 평가할 때 이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것이다.”(워런 버핏)
사상 유례가 드문 금융위기의 원인과 배경을 놓고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기의 한 원인으로 미 지도자와 국민들 사이에 퍼져 있었던 시장맹신주의를 지적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의 인도 아래에 합리적 이기심을 가진 인간이 각각 자신의 욕망 극대화를 위해 행동하면 경제와 사회의 공동선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다.
시사주간 타임은 “미국인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이자 부담을 초과하는 이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대출을 받아 집을 샀고, 금융회사는 수익 창출을 위해 모기지 파생상품을 늘렸다”며 “모두가 합리적 욕망에 충실했지만 결과는 참담한 글로벌 금융위기였다”고 지적했다. 타임은 “글로벌 금융위기는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면 경제가 저절로 균형점을 찾아간다는 주장이 허구임을 보여주었다”고 지적했다.
소비는 절대 미덕이라는 소비지상주의도 금융위기를 불러온 원인으로 지적된다.
금융위기 이전, 미국의 성인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주택을 매입할 수 있었다. 저소득층은 물론이고 소득이 아예 없는 닌자(NINJAㆍNo income, No job, No asset)도 예외가 아니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을 찾아 가면 소득의 많고 적음에 구애 받지 않고 대출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끝없이 지속될 것 같았던 이런 버블은 2007년 중순 주택 가격이 하락세로 반전하면서 허무한 종말을 고했다. 2007년 중순 뉴센추리를 비롯한 모기지업체들이 잇따라 파산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파국을 맞았고, 모기지업체 인디맥 영업중단(2008.7.11), 투자은행(IB) 메릴린치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의 매각(2008.9.14)에 이어 그 해 9월 15일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보호신청을 하면서 미국은 금융위기로 치달았다.
워런 버핏은 지난달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금융위기는 사람들이 자기가 갖고 있는 것 이상을 소비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풍요가 아닌 버블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지도자들이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인들이 수십년만에 처음 절약하는 습관을 갖기 시작했다”며 “과잉소비주의가 신자유주의 몰락과 함께 종언을 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민주 기자 m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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