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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사회통합의 경제적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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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사회통합의 경제적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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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8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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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은 소득이 낮은데 따른 사회적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최근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에 보도된 기사다. 예컨대 자동차가 없는 가정은 대형마트를 이용하기 힘들어 싼 가격에 식료품을 구입할 수 없다. 대형마트에서 개당 1달러에 파는 흰 빵을 동네 상점에서 2.99달러나 주고 사먹어야 한다. 공과금을 낼 때도 은행 계좌가 없어 비싼 수수료를 지불하며 대행업소를 이용하는 사례가 흔하다.

이처럼 저소득층의 생활비 부담이 더 큰 역설은 비단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시중은행의 경우 거액을 맡기는 부자 고객에겐 높은 금리를 주지만, 소규모 예금에는 쥐꼬리만한 금리를 얹어줄 뿐이다. 변호사 의사 등 상류층 고객의 무담보 신용대출 금리는 서민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더 낮다. 서민들에 대한 혜택을 줄여 고액 예금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이다.

시장 원리를 내세워 서민들을 차별하는 경우는 도처에 널려있다. 국내 한 대형 건설사는 최근 인천 송도에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대형 평형은 분양가를 크게 내린 반면, 소형은 오히려 분양가를 올렸다. 소형 평형의 수요가 더 많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집 없는 서민들의 집 마련을 위해 도입한 분양가상한제가 오히려 서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역설을 어찌 이해해야 할까.

가난한 사람은 사회적 비용만 더 부담하는 게 아니다. 출발선부터 공정한 기회를 보장 받지 못한다. 우리나라 아동ㆍ청소년 8명 중 1명은 빈곤 환경에 노출돼 있는데, 이들이 계층 상승을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들의 절반은 '한부모 가정'에 속하며, 주거 환경과 교육 여건도 열악한 탓이다. 소득 불평등이 고착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바로 여기에 정부의 역할이 있다. 소외된 이웃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사회통합을 위한 최우선 과제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보수는 물론 진보 진영에서조차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샀다. 그의 재임 5년간 서민들의 삶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부동산 값이 폭등하고 비정규직만 양산해 빈부 격차가 더욱 벌어진 탓이다. 그런데도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국민적 추모열기가 이어진 까닭은 무엇일까. 그가 기득권 계층보다는 서민들의 삶을 더 걱정하며 불균형 해소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음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꿈꿨다. 실제 힘없고 가난한 계층도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 확충에 심혈을 기울였다. 비록 양극화를 해소하려던 정책이 성공하진 못했지만, 그의 진정성만큼은 국민들 가슴 속에 살아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지금은 어떤가. 현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역점을 둔 정책은 감세와 규제 완화다. 법인세를 낮추고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를 대폭 줄였다. 부동산 규제도 대부분 없앴다. 경기 부양을 앞세웠지만, 감세 및 규제 완화의 혜택은 부유층과 대기업에 집중됐다. 반면 서민들은 경제위기 여파로 영세 점포를 접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삶이 더욱 팍팍해져 가고 있다. 그 결과 현 정부 들어 소득 불평등이 훨씬 빠르고 가팔라졌다.

요즘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는 사회적 소통과 통합이다. '효율'과 '경쟁'도 좋지만, 경제적 약자를 보듬어 안아 무너져내리는 공동체를 다잡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빈부 격차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그야말로 폭발 직전이다. MB 정부가 표방한 '중도 실용주의'라는 것도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현실성 있는 개혁을 추진하고 민생을 먼저 챙기자는 생각이 아니겠는가.

고재학 경제부 차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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