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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올바르게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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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올바르게 사노라면

입력
2009.06.08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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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통으로 보면 죽지 못해 살기도 하고, 죽은 듯 살기도 하고, 마음껏 신나게 원 없이 사는 것처럼 살아보는 기회도 있다. 죽을 각오로 삶에 대들어야 할 때도 있고, 현실에서 좀 거리를 두면서 삶 자체를 되돌아 보게 될 때도 있다. 이 모든 것도 살아 있는 시간의 매듭들이다.

길거나 짧거나 천수를 다 하고 간 분 앞에 둘러 앉은 사람들은 '나의' 가깝거나 먼 미래의 사건으로서 죽음을 미리 앞당겨서 생각해 보게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생각해 보게 하는 죽음이었으므로 사회적 파장이 다르다. 그 죽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되는 정리의 시간이 얼마나 길고 깊게 요구될지 아직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이렇게 후벼 파 놓고 떠나가는 분이 다시는 나오지 않게 하는 숙제를 우리 모두가 받은 것이 아닐까 한다.

그는 둔감한 사람을 예민하게 하고, 졸던 사람 깨어나게 하고, 거리를 두었던 사람 관심 갖게 하고, 자기 잇속만 챙긴 사람 반성하게 하였다. 선거철만이 아니라 일상의 시간 안에서, 토론의 광장 안에서, 나라의 품격을 높이는 주체로서 시민의 힘과 역할을 생각하게 하였다.

무엇보다 지금은 민주주의의 큰 숲이 제공하는 시원한 그늘이나 향긋한 열매를 향유하는 시기가 아니라, 예전보다 더 많은 땀과 수고와 뜨거운 순정을 나무들을 키우는 데 쏟아 부어야 하는 때임을 깨닫게 하였다. 산봉우리 아래 마을을 덮친 이번 태풍에 아름다운 나무 한 그루가 꺾이고 그 옆의 많은 나무들도 생채기가 났지만 산이 무너진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는 자기 성실성에서 한 발짝 더 나가면 "씨 뿌리지만 꼭 내 손으로 수확하고 말리라는 계산을 하지 않는" 마음을 만난다. 느리고 긴 호흡 안에서라면 자신이, 혹은 자신의 세대가 그 귀한 곡식을 먹지 못할 지라도 미래 세대를 염두에 두는 윤리적 실천이 가능하다.

멀리 내다보면 우리 사회에서 도덕성, 민주주의, 탈 권위의 가치 지향이 봉착하는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첫 번째, 워낙 부도덕한 사람이나 집단에게는 도덕성을 요구하지 않고, 도덕성의 기치를 내세운 쪽에만 책임을 묻는 도덕성의 딜레마 상황에서 빠져 나오는 길은 모두에게 같은 기준을 엄격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두 번째, 민주주의를 실천하려는 정부일수록 더 많은 비판에 노출되고, 심지어 비민주적인 집단마저도 표현의 자유라는 우산 안에 숨어 흔들어대는 것인데 결국 보통 사람들의 지지 여부가 해결책이다. 진리는 다수결이 아니고, 다수가 항상 옳은 선택을 하지는 않지만 민주주의는 아직까지 유효한 사회적 발명품이다.

세 번째, 완장을 찬 권위주의가 세를 얻고 합리적인 권위는 저평가되는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는 길은 시민들이 부당한 권력에 지배당하지 않을 힘을 갖고 또 스스로 약자를 지배하지 않는 자유의 지평을 체험할 때 열린다.

보통의 지도자는 직위 권력이 끝나는 순간 잊혀 진다. 참지도자의 영향력은 세대를 넘어 전승된다. 색색으로 나부낀 만장 위로 허공에 새겨진 얼굴. 그는 갔지만 사라지지 않았는가. 그는 사라졌지만 우리들의 마음 안에서 살아 갈 것인가.

윤혜린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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