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전기자동차 시대 개막 신호탄
지난 1월 13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국내 2차 전지 산업 분야에 변혁을 일으킬 낭보가 전해졌다. LG화학이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 GM사의 전기자동차 시보레 볼트에 쓰일 리튬폴리머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된 것.
이 소식은 우리나라 기술이 바탕이 되어 전 세계 전기자동차 시대를 본격적으로 개막하게 됨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 동안 전지 분야에 먼저 진입한 일본을 추격하던 입장에 있던 우리나라가 전기자동차 용 리튬 폴리머 배터리 분야에서는 이젠 일본과의 경쟁에서 이겨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기존 HEV용 배터리 생산라인이 있는 충북 오창테크노파크에 2010년 상반기까지 추가로 GM용 양산 채비를 갖춘 후, 내년 하반기부터 2015년까지 GM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GM이 2010년 하반기에 선보일 시보레 볼트는 소비자가 실제 살 수 있는 세계 최초 전기자동차로 배터리가 동력의 보조수단으로만 작용하던 기존 하이브리드카와 달리 순수 배터리 힘만으로 구동하는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이다.
따라서 출력, 안전성 등 배터리 성능이 상용화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손꼽히며, 세계 첫 양산형 전기자동차에 어느 업체의 배터리가 적용될 것인가는 세계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의 최대 관심사 였다.
LG화학이 GM에 공급할 배터리는 크기 180cm, 무게 180kg, 전력량 16kWh의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 현재 하이브리드카용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의 니켈수소 배터리에 비해 50% 이상 높은 출력과 에너지를 제공해 가볍고 콤팩트한 구조로 만들 수 있다. 또 '캔(can) 타입'이 아닌 '파우치(pouch) 타입'이어서 폭발 위험이 없고 표면적이 넓어 열 발산이 쉬워 배터리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로부터 최고의 배터리 기술력을 인정 받은 쾌거"라며 "60년 넘는 LG화학 역사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또 "2013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HEV/EV용 배터리 사업을 LG화학의 미래를 짊어 질 신성장 동력으로 키워, 궁극적으로 HEV/EV용 배터리 분야에서 글로벌 탑 메이커로 자리 매김 할 것"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은 이번 GM 수주를 계기로 정부가 제시한 '차세대 녹색기술(Green Technology)'의 대표격인 HEV/EV용 배터리 분야에서 독보적 입지를 다져 우리나라의 새로운 비전 달성을 위한 큰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소형전지 기술 바탕, '남보다' 먼저 전기자동차용 중대형전지 준비
LG화학은 소형 리튬이온 전지에서는 일본 업체 보다 10년 늦게 양산에 성공했다. 하지만 전기자동차에 쓰이는 중대형 전지 분야에서는 2000년 미국에 연구법인 CPI (Compact Power Incorporate)를 세우는 등 일본 업체와 비슷한 시기에 본격 연구개발에 들어갔고, 2년 반 만에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2002년 7월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세계적 자동차 경주대회인 '파익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 클라임(Pikes Peak International Hill Climb)'에서 LG화학의 리튬폴리머 전지를 이용해 개발한 전기자동차가 우승을 차지한 것. 이듬해인 2003년에도 LG화학은 전년 기록을 갈아 치워 2년 연속 우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LG화학은 이 성과를 바탕으로 2004년 8월에는 미 에너지부(DOE)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3대 자동차 업체의 컨소시엄인 USABC(US Advanced Battery Consortium)로부터 460만 달러 규모의 중대형 전지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해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탑재될 고성능 전지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했다.
2007년 12월에는 2002년부터 현대ㆍ기아차와 하이브리드카 용 중대형 전지와 관련해 6년 넘게 공동 개발을 진행하며 그 기술력을 인정 받아, 현대ㆍ기아차가 올 7월 국내 최초로 양산할 예정인 하이브리드카 '아반떼'의 리튬폴리머전지 단독 공급 업체로 뽑혔다.
박상준 기자 butto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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