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지방자치 단체장들은 내년 15돌을 맞는 민선 단체장 시대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국민생활의 질과 정치수준을 높였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단체장의 온갖 부정비리, 선심성 예산 남발, 금권 선거 등 어두운 부분에 대해선 치열한 문제의식을 보이지 않는 등 명암이 교차하는 지방자치의 현주소가 거듭 확인됐다.
2002~2006년 민선 3기 정읍시장을 지낸 유성엽(무소속ㆍ전북 정읍) 국회의원은 “관선 단체장 때에 비해 지방 행정의 문턱이 낮아진 점이 가장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민선 지방자치제 시행으로 민의를 반영하는 통로가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시ㆍ도의원, 시장, 군수, 도지사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돼 생활밀착형 행정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임기 4년이 보장됨으로써 단체장이 지역특성에 맞는 창의적 사업을 발굴해 추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전라남도 함평군의 나비축제가 전국적 축제로 성장해 지역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상당한 경제효과를 낸 것은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로 지방정부가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있다. 1998~2006년 민선 2, 3기 광명시장을 지낸 백재현(민주당ㆍ경기 광명갑) 국회의원은 “관선 시기에는 단체장의 평균 재직 기간이 1년 정도에 불과해 현직 단체장이 편성한 예산을 후임이 집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최장 12년까지 세 차례 연임이 가능해 장기적 비전의 책임감 있는 정책 추진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지방자치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선 정당공천제도의 개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무자격 후보를 1차적으로 선별하는 등의 순기능도 있지만 유력정당 줄서기, 폐쇄적 공천 과정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행정자치부와 한국일보가 주최한 지방자치경영대전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조유행 하동군수는 “후보들이 선거에 집중하다 보면 장기적 안목 없이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사업에만 매달리는 인기영합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그는 이어 “지방자치의 정착을 위해선 단체장의 민관조율 능력도 필요하지만 지역 일꾼을 선출하는 주민들의 정치적 안목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중앙정부의 실질적 권한이 충분히 이양돼야 한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 지적된다. 조유행 군수는 “토지사용 및 재정 권한을 중앙정부가 과하게 쥐고 있어 많은 지자체의 독자적 살림살이가 어렵다”는 말했다.
하동군의 경우, 재정 자립도가 15%에 불과해 중앙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이에 대해 조 군수는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능력을 믿고 과감히 맡기는 자세가 필요하고 지자체 간 재정적 형평성을 맞추는 역할에도 충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 의원도 “우리나라의 경우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 2 수준으로 일본의 6대 4, 미국의 5대 5 수준에 비하면 지방재정의 자율성이 열악한 편이다”고 지적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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