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 성장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금융에도 녹색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저탄소화와 녹색산업화를 양 대축으로 하는 산업계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녹색금융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세계 주요국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녹색금융은 ▦녹색 성장 기업을 지원하는 금융지원과 ▦탄소 배출권 거래 등을 포함한 녹색금융상품 판매로 나눠진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녹색산업 주가지수를 이용한 주식형인덱스펀드, 탄소배출권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까지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이제 녹색 금융이란 개념을 막 도입한 단계로 아직 갈 길이 멀다.
■ 세계는 지금
현재 녹색 금융의 중심은 유럽이다.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등 온실가스를 줄이는 과정에서 확보한 탄소배출권을 내다 파는 CDM(청정개발체계)사업에 일찌감치 눈을 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금융강국 위상이 흔들린 영국은 런던에 유럽기후거래소(EXC)를 만들어 CDM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며 녹색금융의 허브로 떠올랐다.
네덜란드도 이미 지난 1995년 '그린펀드 계획'을 발표하며 정부차원에서 녹색금융을 집중 육성, 경제 체질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예컨대 은행은 친환경 기업에 저리의 돈을 빌려주고, 정부는 은행에 세율 1.2%의 자본이득세 면세 혜택을 준다. 특히 녹색산업 관련 투자자들에게 소득세 감세 혜택까지 주며 투자자금을 유인하고 있다.
호주는 '그린 모기지론'을 통해 녹색금융의 모범생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주택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 주택을 살 경우 금리를 인하해 주거나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이산화탄소 저배출 차량이나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입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클린 에어 오토론'을 통해 녹색 금융 발전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 중국은 2년전 국가개발은행 주도로 에너지 절약과 배기가스 감소를 위한 전용대출을 내놓았고, 환경보호를 위한 신용대출액도 매년 평균 35%씩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규제안까지 내놓으며 녹색금융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우리는 지금
국내의 녹색금융은 막 걸음마를 뗀 형국이다. 우리 국민 기업 등 개별 은행들은 이미 녹색 통장을 개발하고, 녹색성장 기업에 대한 대출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실적은 아직 저조하다. 특히 녹색금융의 핵심인 탄소배출권 사업에 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녹색 금융을 총괄할 조직도 최근에야 설립됐다. 지난 4월에 은행연합회가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기관들이 모여 '녹색금융협의회'를 출범시켰고, 지난달 말에서야 금융위원회가 녹색산업 금융지원 및 배출권시장 활성화 등 금융분야 12개의 주요 과제에 대한 세부추진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국내에 아시아 최대 탄소배출거래소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녹색금융 성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의지 만큼이나 실질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구정한 금융연구위원회 연구위원은 "현재 금융기관들이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녹색성장 기업에 대해 금융지원을 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며 "정부가 나서서 세제지원책을 마련하고, 탄소거래소 등 인프라를 구축해 부담을 덜어줘야 녹색 금융시장이 조기에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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