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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4000만대 팔린 'E250' 휴대폰…김진수 삼성전자 책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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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4000만대 팔린 'E250' 휴대폰…김진수 삼성전자 책임 디자이너

입력
2009.06.08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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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판매전의 승부는 0.6초 내에 결정됩니다."

'4,000만대의 사나이'로 불리는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전략마케팅팀 디자인그룹 김진수(39) 책임 디자이너. 그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거머쥔 성공 DNA를 이렇게 분석했다. 김씨가 디자인한 휴대폰 'E250'(2006년 11월 출시)은 이달 초 누적 판매량 4,000만대를 돌파했다.

시리즈 제품이 아닌 단일 모델로 누적 판매량 4,000만대를 넘어선 제품은 'E250'이 국내에서 유일하다. 이 제품은 세계시장에서도 노키아 '1100'(2억대)과 모토로라 '레이저'(5,000만대) 모델에 이어 사상 세 번째로 많이 팔렸다. 그를 8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홍보관인 '삼성딜라이트'에서 만나 '대박' 제품을 만들어낸 비결을 들어봤다.

"휴대폰 매장 진열대에 놓여 있는 수 많은 제품들이 고객들에게 간택되는데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0.6초 내에 고객들의 눈을 멈추게 해야 하거든요. 만일 고객들의 눈길을 잠시라도 멈추게 하는 제품에는 3초의 추가 시간이 주어지지만, 그렇지 못한 제품은 고객들의 눈길 한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채 폐기처분 됩니다." 찰나의 시간을 사로잡는 제품만이 생존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빅 히트' 상품 대열에 합류해 빛을 보고 있지만, 사실 'E250' 탄생에는 적지 않은 난관이 있었다. "다른 휴대폰을 디자인할 때와는 달리, 제약이 많았어요. 특히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경영진이 비용을 적게 쓰면서도 두께가 얇은 고기능의 제품을 원했는데, 이런 조건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삼성전자는 'E250' 모델 출시 전까지 줄곧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당시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1,2위를 달리고 있던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텃밭인 신흥시장 진출이 절실했다. 당연히 중저가 전략 모델 출시가 절실한 지상 과제였다. 프리미엄 모델에서부터 중저가 제품까지 수출선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의 재도약을 꾀하던 삼성전자가 반드시 필요했던 중저가 전략폰에 대한 밑그림을 그에게 맡긴 셈이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초반부터 난항의 연속이었다. 동료 디자이너들은 물론이고,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관련 부서에서조차 "이런 사양의 제품 기획은 애초부터 무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카메라와 MP3플레이어, FM라디오, 근거리무선통신(블루투스) 등의 기능을 갖춘 13㎜ 두께의 슬림 슬라이드형 휴대폰을 150달러 안팎의 가격에 선보인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본격적인 디자인 작업이 이뤄진 2006년은 글로벌 히트 상품인 모토로라의 '레이저'폰이 세계 휴대폰 시장을 휩쓸었던 시절이었다. 대ㆍ내외적인 여건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우호적인 게 없었다.

"프로젝트 수행팀 내에 팽배했던 부정적 사고방식부터 바꿔야 했습니다. 또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관점에서 처음부터 다시 스케치를 시작했지요." 자동차와 휴대폰 디자인 영역에서 13년간 경력을 쌓은 베테랑 디자이너의 위기 탈출은 긍정적 사고가 가미된 역발상에서부터 시작된 셈이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오가며 팀원들을 독려한 그의 노력은 '어차피 해도 안될 것'이라며 닫혀 있던 팀원들의 마음을 조금씩 허물기 시작했다.

수시로 끝장 토론을 벌여가며 'E250' 프로젝트 완성에 매달리기를 10개월. 피땀어린 노력은 프로젝트를 수행한 팀원들조차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출시 10개월 만인 2007년 9월 누적 판매량 1,000만대를 기록한 이 제품은 이듬해인 2월과 9월 각각 2,000만대와 3,000만대를 넘어서더니, 올해 6월 초 4,000만대를 돌파했다.

국내 휴대폰 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그의 꿈은 소박하다. "된장 뚝배기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오래 지나도 항상 변하지 않는 맛을 내잖아요. 묵은 장처럼 오래도록 기억되는 '스테디셀러'라는 타이틀이 붙여진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허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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