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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표 시한부 사퇴… 與 내홍 일단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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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표 시한부 사퇴… 與 내홍 일단 진정

입력
2009.06.08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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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사퇴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놓고 정면 충돌 직전까지 갔던 한나라당의 내홍 사태가 일단 멈춰 섰다.

친이 소장파와 쇄신파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아 온 박희태 대표는 8일 아침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통해"조기전당대회를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반대하는 것은 '반쪽짜리 전대'이며 '분열의 전대'"라며 "대화합, 근원적 화합을 위해 직을 걸겠다. 신명을 바쳐 노력하겠다. 그렇게 긴 세월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말은 곧 당의 '근원적 화합'을 이뤄내서 조기 전대에 박근혜 전 대표가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테니 그때까지 시간을 달라는 얘기다. 말하자면 '조건부 사퇴 거부'다.

쇄신파는 이런 박 대표의 요구를 일단 수용했다. 쇄신위는 이날 오후 3시간여 동안 회의를 가진 뒤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원희룡 쇄신특위 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당 지도부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 데 대해선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상당히 있다"면서도 "6월 말 이전 쇄신안과 향후 정치 일정 등 쇄신위의 논의 결과를 모두 도출하면 최고위는 이를 전폭 수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소장파 모임인 민본21도 이날 회의를 가진 뒤 "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시한부 사퇴론'을 조건부로 수용한다"며 "하지만 실패하면 지도부는 바로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기 전대 개최를 요구하면서 연판장을 돌리겠다던 친이계 소장파 의원 7명도 "일단 연판장 돌리기를 유보하겠다"고 선언했다.

여당이 모종의 해법을 찾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문제의 근원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남아 있다.

쇄신파가 박 대표에게 시간을 준 이유는 조기 전대에 박 전 대표가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라는 것이다. 이는 곧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 '근원적 화합'을 전제로 한다. 원 위원장은 "근원적 화합이란 (경선 당시) 국정동반자라는 선언은 있었으나 오늘날까지 실천과 실현이 부족했고 이것이 당의 화합을 저해하는 근원적 요인이 됐다. 이것을 변화시키는 것을 뜻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다시 말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화해à당의 화합à박 전 대표가 참여하는 조기 전대 개최'가 곧 쇄신파가 그리는 향후 쇄신의 그림이다. 그 화해의 물꼬를 박 대표가 트라는 얘기고 그래서 일단 그때까지는 사퇴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두 사람 간 화해의 물꼬를 트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터. "박 대표가 지금 어떻게 한다고 한나라당의 근원적 갈등이 풀리겠냐"며 의문 부호를 다는 이들이 많다.

친박 측이나 청와대의 기류도 탐탁치 않아 보인다. 한 친박 의원은 "쇄신의 본질은 국정운영 쇄신인데 마치 박 전 대표가 조기 전대에 나온 것인 쇄신인양 왜곡되고 있다"며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한 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근원적 화합'을 위해 도대체 무슨 조치를 할 수 있겠냐"고 했다.

풀린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충돌의 시간이 잠시 유예됐을 뿐이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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