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다. 실명 공개인 줄 모르고 그 포털에서 쓰던 닉네임을 그대로 썼다가 경고를 받았다. 실명을 공개하지 않으면 오늘 자정 부로 강퇴시키겠다는 주인장의 쪽지를 받고서야 화들짝 놀라 실명을 공개했다. 불심검문에 주민등록증을 내미는 심정이었다.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닉네임 대신 실명을 밝히려니 여간 낯 간지러운 것이 아니다. 회비를 납부하거나 의견을 남기려 몇 번 들어갔는데 그때마다 작은 창에 접속자들의 이름이 줄줄이 떴다.
현실에서는 한번도 그렇게 만난 적 없는 조합이었다. 한참 선배도 있고 격 없이 지내는 후배도 들어와 있다. 이름만 알 뿐 만나지 못한 이들도 섞여 있다. 서먹해서 쭈뼛거리다가 얼른 볼 일만 보고 나오기를 반복했다. 이쯤 되면 우리 그냥 닉네임 사용하게 해주세요, 부탁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즈음 두 사람의 망명 보도와 접했다.
주변 인물들의 숙청설과 함께 떠오른 K씨의 중국 망명설은 아직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K씨가 중국으로 사실적인 망명길에 오를지도 모른다면 J씨는 진작에 망명을 했다. 미디어다음에서 구글로의 사이버 망명. 블로그에 올린 글이 명예훼손으로 접근 금지 조치가 내려지자 그는 자신이 머물던 사이트를 떠나 미국에 서버를 둔 사이트로 망명했다. 우리는 지금 두 세계를 살고 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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