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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빛난 상품/ 농심 '신라면과 둥지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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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빛난 상품/ 농심 '신라면과 둥지냉면'

입력
2009.06.08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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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이 내놓은 제품은 장수브랜드로 가는 경향이 강하다. 대표적인 제품은 신라면. 1986년 10월 출시된 신라면은 올해 초까지 170억 개가 팔려 농심의 대표적인 히트상품으로 자리를 굳혔다. 지난 한해 팔린 신라면은 총 8억개. 일렬로 늘어놓으면 에베레스트산(8,850m) 1만8,083개 높이에 해당한다. 면발을 이으면 지구둘레를 998바퀴나 도는 길이다.

라면업계의 후발주자인 농심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맛과 품질의 차별화를 택했다. 신라면은 매끄럽고 쫄깃한 면, 붉은 고추와 쇠고기 등 잘 조화된 얼큰하고 매운 국물을 만들어내는 스프, 독특한 향과 맛을 지닌 표고버섯, 건파 등의 별첨스프까지 어우러져 기존 라면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독특한 맛을 낸다.

특유의 매콤하고 얼큰한 맛을 만들기 위해 1년 넘게 연구원들이 고추재료 개발에 매달렸다. 연구원들이 실험을 위해 먹은 라면은 하루평균 3봉지로, 매일 20여 차례 시식회를 가졌다. 200차례가 넘는 실험 과정을 통해 면발도 기존의 각형이 아닌 원형을 택했다.

매운맛의 제품 컨셉트를 명확히 노출하기 위해 한자어 '辛'자를 로고에 새겨넣은 것도 히트상품을 만들어 내는데 한 몫 했다. 또 '辛'자가 나오는 옥편의 일부를 삽입, 브랜드가 명확하게 노출되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전달했다. 농심이 한자어 사용을 위해 '식품포장지에 사용되는 외래어는 한글보다 작아야 한다'는 식품위생법 표시사항을 법개정 요청을 통해 변경한 것은 업계의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농심 관계자는 "'辛'자를 한자로 고집한 것은 신라면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 나가겠다는 의지도 포함되어 있었다"며 "결국 현재 세계 70여 개국에 수출되는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았고, 각 나라의 물가지수를 확인할 수 있는 신라면지수도 생겼다"고 말했다.

농심 둥지냉면은 냉면 대중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히트상품이다. 지난 해 5월 웰빙, 프리미엄, 건강 그리고 간편함을 무기로 출시된 둥지냉면은 전통 궁중내연의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재현해 냈다는 평과 함께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발매와 동시에 월평균 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냉면 비수기인 겨울에도 꾸준히 인기상품으로 자리를 유지했다.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판매량이 급상승, 4월 매출신장률이 전월에 비해 60%를 넘어섰다. 농심은 올해 매출 250억원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냉면은 그 동안 조리하기가 불편해 주로 식당이나 고급 음식점에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둥지냉면의 인기비결은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건면 형태인데다, 1인분씩 포장돼 구입과 보관이 편리하다.

포장음식이라고 해서 맛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오히려 궁중냉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맛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국산 배와 국산 무로 담근 동치미 육수를 사용,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만들어냈다. '둥지냉면 비빔냉면'은 국산 배를 듬뿍 넣고 홍고추를 직접 갈아 만든 비빔장을 저온에서 7일간 숙성, 매콤하고 깔끔한 맛을 낸다.

면에도 웰빙을 가미했다. 면발을 새둥지처럼 말아 튀기지 않고 바람에 그대로 말리는 네스팅(Nesting) 공법을 적용해 건면 형태로 보관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냉면 특유의 쫄깃한 맛을 살렸다. 주로 냉장유통으로만 구입할 수 있었던 냉면을 일반 소매점에서도 소비자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상온 보관으로 장기 보관 및 대량구입도 가능해졌다.

둥지냉면을 개발하기 위해 이탈리아의 건면 파스타 제조기술에 농심의 라면제조 노하우를 접목한 것도 화제다. 이 기술은 세계적으로 유일한 것으로, 2년 동안의 연구기간을 거쳤다. 둥지 모양을 잡기 위해 밀 144톤, 메밀 5톤의 원료가 사용됐다. 둥지냉면 120만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농심 유성근 상무는 "둥지냉면은 즉석 냉면의 새로운 산업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올해를 '냉면 세계화의 원년'으로 정하고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사장으로 수출을 확대해 한국전통 면음식의 첨병으로 활용하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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