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형 지배구조… 돋보인 '투명 경영'
2008년 매출 100조 달성으로, 매출기준 세계 86위 등극'
글로벌 금융 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한 지난해 SK 그룹이 거둔 성적표다. SK그룹은 2003년에 40조원에 불과했던 그룹 매출을 5년 만에 2배가 넘는 100조원으로 늘렸다. 제조업 수출 비중도 3년 연속 50%를 넘겨 수출기업으로 탈바꿈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26조6,000억원의 수출 실적을 올려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수출 기업 2위에 올랐다.
SK그룹은 이 같은 성과가 최태원 회장이 2004년에 선진형 지배구조를 도입한 결실이라고 분석한다. SK그룹은 2003년 초 시작된 SK글로벌 사태와 소버린의 경영권 위협으로 그룹이 해체될 위기를 겪었다.
이 때 최 회장이 선택한 카드는 정공법이었다.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이사회 중심의 독립 경영 체제를 구축하기로 한 것. 그래서 2004년 2월 SK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SK㈜의 사외이사 비율을 70%로 높이는 획기적인 이사회 중심 경영을 전격 도입했다.
사외이사 비율이 70%에 이르면 사외 이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특별 결의를 통해 대표이사도 바꿀 수 있다. 최 회장은 대표이사 자리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SK㈜의 이사회 구성을 바꿨다. 이후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C, SK케미칼 등 주요 상장 계열사의 사외이사 비율이 평균 60%까지 올라갔다.
SK는 사외이사들을 선정할 때 독립성, 전문성, 성실성 및 국제 경영감각 등을 중점적으로 심사해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도록 했다. 특히 사외이사 후보자문단과 사외이사 추천위원회를 두고 다단계 검증을 거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최 회장은 2005년에 비상장 계열사에도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면서 2단계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펼쳤다. 비상장 계열사인 SK C&C가 사외이사 3명을 선임해 사외이사 비율을 50%로 높였다.
SK그룹에서는 최 회장의 이 같은 개혁을 '포스트 재벌'이라고 부른다. 즉 1인 지배체제, 계열사간 순환지원, 불투명한 의사결정 과정 등 기존 한국 재벌 기업의 문제점을 모두 털어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를 '재벌을 버린 과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특히 최 회장이 단행한 구조조정추진본부의 해체는 '포스트 재벌'의 결정적인 포석이었다. 대신 그는 SK㈜의 이사회 아래 투자회사 관리실을 신설하고, 2007년 7월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사회 중심 경영이 1기 지배 구조였다면 지주회사 전환은 2기 지배구조 전환이었다.
그리고 그룹의 개념을 '브랜드와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독립기업들의 네트워크'로 규정하고 자체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계열사는 시장 원리에 따라 정리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덕분에 SK그룹은 지난해 세계 경제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틀을 갖추게 됐다.
최 회장은 올해 3월에 3기 지배구조 체제를 갖추면서 투명 경영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투명 경영을 하지 않고 지배구조의 완성을 이룰 수 없다"며 투명 경영, 이사회 중심 경영, 책임 경영 등 3대 핵심 경영을 중심으로 한 선진화된 기업 지배구조를 선언했다.
이 같은 최 회장의 노력은 SK㈜와 SK텔레콤이 2005년 이후 4년 연속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CGS)가 선정한 지배구조 우량 또는 양호 기업으로 뽑히는 성과를 낳았다. 뿐만 아니라 주요 계열사들은 2005년 이후 4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SK그룹의 제조업 수출 비중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50%를 넘어섰다.
덕분에 최 회장은 지난해 5월 유엔 글로벌 컴팩트 이사회에서 신임 이사로 선임됐다. 유엔 글로벌 컴팩트는 2000년 7월 유엔이 기업과 단체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발족한 전문기구다. 게오르그 켈 유엔 글로벌 컴팩트 사무총장은 "SK그룹은 UNGC가 제안한 10대 원칙을 가장 잘 지켜온 기업 중 하나"라며 "최 회장은 기업 내에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독립 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사회 책임 경영에 힘써왔다"고 평가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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