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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에 보는 한국일보 55년/ 한국일보를 읽으면 '중심'이 잡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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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에 보는 한국일보 55년/ 한국일보를 읽으면 '중심'이 잡힙니다

입력
2009.06.08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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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6월 9일, 한국일보는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창간호 사설은 고(故) 백상 장기영 사주(社主)의 뜻에 따라 "신문은 누구도 이용할 수 없다"고 독립성과 자율성을 천명했다. 몇 해 뒤 "신문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고 개방성, 쌍방향성을 강조했다. '춘추필법(春秋筆法)의 정신, 정정당당(正正堂堂)한 보도,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자세.' 사시(社是)처럼 아무도 이용할 수 없는 한국일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한국일보, 그것이 한국일보 구성원이 지향하는 한국일보다. 객관적 사실의 전달자 또는 갈등의 중재자가 아니라, 직접 어느 한편의'선수'가 돼 사실을 침소봉대하고 극단의 주장을 펼치는 외눈박이 언론은 사회통합과 갈등의 해결을 지향해야 할 책임있는 언론이 취할 바가 아니라고 믿고 있다.

이러한 한국일보의 논조는 2008년 촛불 시위보도에서 뚜렷하게나타났다. 우선 쇠고기 협상결과가 전해진 이튿날 한국일보는 1면부터 여러면에 걸쳐 협상을 맹렬히 비판했다. 주요지면의 제목은 <미 쇠고기 내달 중순 전면 개방> <미 주장 그대로 수용… 안전 확보 물거품> <내장 등 모두 수입허용', 빗장' 완전히 풀어> 등이었다. 한마디로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포기한 데 대한 혹독한 질타였다.

5월 24일 촛불의 양상이 바뀌면서 우려가 지면에 묻어나기 시작했다. <평화라인 넘어선 촛불집회-정치색도 짙어져> <불법시위로 번진 촛불문화제, 총체적 반정부 시위로 돌변> 등을 통해 격화되는 촛불 시위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위기의 정국… 미봉책으론 안 된다> <촛불민심 정치가 답하라> 등의 기사로 정부와 정치권의 근본적인 대안 제시를 촉구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정부의 추가협상 이후 논조의 중심은 수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옮겨갔다. 6월 23일자 1면 제목은 <쇠고기 협상타결 100% 만족은 아니지만… 정부도 촛불도 할만큼 했다> 였다. 이제 냉정을 찾고 대승적 관점에서 현실적 접점을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이러한 보도 태도는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과 정파적 의도에 따라 사실을 확대 과장하거나 거꾸로 축소 외면했던 '격문 언론들'과 대조된다. 조선일보는 <인민 재판 당한 경찰> <전경 150명 포위해 10분간 무차별 공격> 이라는 제목으로 경찰의 피해와 시위대의 폭력성을 집중 부각시켰다. 중앙일보도 <시위대 "죽여라"… 전경 "살려달라 외쳤지만 쇠파이프 날아와"> 라는 머리기사에서 부상당한 한 전경의 사례와 인터뷰로 경찰의 피해를 주요하게 다뤘다. 동아일보 역시 <전대협 깃발 등장… 붉은 손수건 두르고 행동통일> 기사를 통해 시위대가 조직화된 폭력적 집단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반면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에서 <곤봉·방패 찍고… 머리 짓밟고… 무차별 연행, 경찰 폭력진압 도 넘었다> 라는 제목으로 경찰의 강경 대응만 부각시켰다. 또 한겨레는 <동문회도 "5일 얼굴 좀 보자" 줄줄이 소집글> , 경향신문은 <6·10 잇는 평화의 촛불… 정국 분수령>이라는 제목으로 촛불시위를 독려하는 듯한 기사를 각각 실었다.

한국일보의 불편부당한 보도는 비단 촛불 시위뿐만 아니라 '한국일보 55년' 동안 지면 구석구석에서 일관해 왔다. 황우석 사태 보도 역시 철저히 사실에 입각해 허구임을 조목조목 짚었다. 국수주의적 시각에서 황 박사를 옹호하기 급급했던 일부 언론과 차별성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해당기자는 "전문성이 돋보이는 보도로 사태 해결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으며 각종 과학기자상을 휩쓸었다.

미디어법안, 용산 참사,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등 최근의 사회적 이슈에서도 '불편부당'은 철칙으로 자리잡고 있다. 신문방송 겸영을 노리는 보수언론과 무대책 비판으로 일관하는 진보언론과 달리 한국일보는 미래산업과 언론의 중립성 가운데 해답을 찾는 기사를 발굴하는데 주력했다.

그렇다고 한국일보의 중도가 기계적 중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언론 유일의 중도지로 분류되는 한국일보는 특정 정권이나 정파의 편에 서지도, 애매한 회색 중립을 취하지도 않는다. 비판할 건 비판하고 칭찬할 건 칭찬하며 시시비비를 분명하게 하고 사실의 전달에 충실하려 하고 있다. 나아가 갈등으로 양분된 우리 사회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사회통합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007년 10회에 걸쳐 연재된 '시대정신' 기획이 대표적이다. 보혁(保革)을 대표하는 지식인들의 대담을 두 달간 연재하면서 우리시대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의 장을 마련했다. 뉴라이트의 대부격인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와 중도진보적 인문학자인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등이 민주화로 상징되는'87년체제'를 넘어선 시대정신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언론학자 등도 시대의 파수견 역할을 자임하는 한국일보의 불편부당한 보도태도를 평가하는데 인색하지않다. 김민환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는 <어느 신문을 볼 것인가> 라는 칼럼에서 "촛불시위가 싫은 분이라면 두말없이 A신문을 보면 된다. 촛불시위에 박수를 보낸분이라면 B신문이 입맛에 맞을 것이다. 그러나 두 신문을 볼시간도 없고 돈도 아깝다면 C신문, 즉 한국일보를 보면 된다. 촛불시위 지면은 그렇게 답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도 "한국일보는 서로 싸우는 언론들 사이에서 언론의 금도를 말할 자격이 있다"고했다. 프랑스의 세계적 권위지 르몽드는 "재벌을 대변하는 조중동과 달리 한국일보는 소시민 독자를 가진 중도적 신문"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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