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저하에 따른 성장동력 약화 우려가 제기되면서 정부도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많다. 구색은 갖춰 놓았지만, 규모가 작고 ‘선택과 집중’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재원이 모자라다 보니 대책이 저소득층에 집중돼 있다. 보육비 지원만 해도 대상은 주로 저소득층이다. 0~4세 아동에 대한 무상보육지원은 가구 소득이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의 50% 이하인 가구에 대해서만 이뤄지고 있다. 보육료의 일부를 지원하는 차등보육료지원도 근로자가구 평균소득을 밑도는 가구에만 한정돼 있다.
또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1세 아동에 대해 월 10만원씩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나, 불임부부의 시험관 아기 시술비용의 50%를 지원하는 것 역시 차상위계층 이하 등 저소득층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복지대책과 저출산 대책이 이처럼 혼재돼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정책 체감도도 낮고 실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대부분 국민들은 정부의 출산지원이라고 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는 축하금 정도만 떠올린다”면서 “그만큼 다른 대책들의 규모가 작고 대상도 협소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출산율 제고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대책의 보편화가 절실한데, 이를 위해서는 재원 확충이 필요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각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출산 지원 정부 예산의 비중은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2.3%인데 반해, 한국은 0.4%에 불과하다. 프랑스와 일본은 각각 3.8%와 1.2%에 달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봉착했다가 서서히 해결하고 있는 국가들의 공통점은 출산을 위한 재정지원의 규모가 크고 대상도 보편화돼 있다는 것”이라며 “한국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 차원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출산 장려를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육아휴직 대상을 만 1세 미만에서 만 3세 미만 자녀로 확대했지만, 신청자수는 여전히 저조하다. 이 역시 정부의 재원이 부족해 휴직 기간중 급여가 워낙 적기 때문이다. 고용보험에서 지급되는 육아휴직의 휴직급여는 월 50만원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2007년 2만1,185명이었던 신청자는 지난해 2만9,145명으로 8,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고, 특히 이 중에서 남성 신청자는 2007년 310명에서 지난해 355명으로 겨우 45명 늘었다.
휴직에 따른 기회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본은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는 급여도 많이 지급되는 50% 정률제로 운영한다”면서 “우리나라도 국고 지원으로 고용보험을 확충, 정률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첫째아 출산과 둘째아 출산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거나, 외벌이와 맞벌이 가구에 대해 같은 잣대로 지원하는 것도 문제이다. 현재 지자체의 출산축하금은 둘째 이상이나 셋째 이상 자녀를 출산했을 때 지원되지만, 중앙정부 대책의 대부분은 출산순위에 따른 차별화가 없다.
보육료와 양육수당은 출산순위에 상관없이 소득기준만 충족하면 지원된다. 특히 가구 전체의 소득을 단순 합산해 대상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정작 보육서비스가 더 필요한 맞벌이 가구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본부장은 “지금과 같은 수준의 대책으로는 저출산 추세를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면서 “과감한 투자를 할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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