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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학회 13일 춘계학술대회/ 세계경제 뒤흔든 '市場의 본질'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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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학회 13일 춘계학술대회/ 세계경제 뒤흔든 '市場의 본질'을 묻다

입력
2009.06.08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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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주택 시장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가 금융과 실물 시장을 차례로 뒤흔들며 세계를 공황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경제학계를 중심으로 현상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모든 혼란의 근원이자 무대인 '시장'의 본질을 성찰하는 노력은 아직 드물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대표적 인문학 공동체인 한국철학회가 시장이라는 화두를 집어 들었다.

한국철학회는 13일 서울대에서 '시장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라는 주제로 2009년 춘계학술대회를 연다. 기조발제를 맡은 이삼열 숭실대 철학과 교수는 "입장과 견해가 어디에 있든지, 공통된 핵심 문제는 시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시장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 시장은 민주주의의 적인가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의 발표는 '고삐 풀린 신자유주의라는 과잉'과 '비(非)자유주의적 반(反)시장 정서의 과잉' 사이에서 '포스트 신자유주의 시대'로의 방향을 모색한다. 그는 현 위기를 "시장질서와 민주질서 사이의 선택적 친화성과 긴장 관계가 적절한 균형을 잃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진단한다.

윤 교수는 "시장질서가 전체주의화할 때 민주질서는 전면적 위기를 맞게 되는데, 한국의 보수 세력은 자유방임 시장의 물신화에 집착해 균형 잡힌 시장의 철학에 이르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진보진영에 대해서도 "시장의 복합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근본주의 역사관에 빠져 있다"며 "(양 측의) 사상적 편견을 극복하는 것이 시장철학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큰 정부, 작은 정부' 논란에 대한 인식 전환의 필요성도 제기한다. 윤 교수는 "시장과 정부의 크고 작음이 문제가 아니라, 크든 작든 제대로 작동하느냐가 진정한 문제"라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윤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구사하는 '큰 시장, 작은 정부'의 수사학은 이런 역사적 이해를 결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 회생의 기획을 정부가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레토릭을 스스로 부인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비판한다.

■ 디지털스페이스, 현대 세계의 새로운 존재론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는 20세기 후반 이후의 경제를 '기호 가치'의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접근, 디지털스페이스의 존재를 철학적으로 들여다본다.

이 교수는 "대량생산에 의한 자본 증식 전략은 공급과잉으로 인한 공황에 빠져들며 한계에 도달했다"며 "이런 위기에 탈출구를 열어 준 것은 상품의 실물적 가치가 아닌, 상품의 상징적 측면이 발생시킨 기호 가치의 발견"이라고 파악한다.

그리고 "이런 기호 가치는 비트(bit)와 네트(net)로 펼쳐지는 디지털스페이스에서 발현되는데, 이곳은 동시성과 즉시성이 지배하는 탈실체화ㆍ탈장소화한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이 교수는 금융산업이 선도적으로 디지털 스페이스로 이주한 이유를 "실물 가치를 대리하던 화폐가 가치 측정 및 저장, 교환 수단으로 추상화ㆍ비물질화"한 데서 찾는다. 그런데 디지털 스페이스는 본질적으로 ▦증폭ㆍ과잉과 쏠림 현상 ▦무정부ㆍ탈규제적인 특성 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대 금융산업은 하이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이 교수는 이 '리스크'가 집(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폭발한 것도 존재론의 차원에서 해석한다. "집은 디지털 스페이스에 흡수될 수 없는 실존적 공간이므로, 디지털 스페이스의 구조인 불안정성ㆍ유동성에 저항한다.

인간이 집을 짓는 이유는 바로 무(無)의 심연으로 떨어질 수 있는 자신의 실존을 삶 속에 개입시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인간을 실존 공간으로 귀향시키는 방향으로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작업이 절박하다"고 주장한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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