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의 초기나 한창일 때는 '뭔지 잘 모르지만 굉장한 것'이었던 것이, 버블이 꺼진 후에는 물이나 공기처럼 평범한 것으로 바뀐다. 그리고 아주 극소수의 승자가 남는다. 닷컴 버블이 꺼진 후 인터넷이나 닷컴 기업들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떼어 놓을 수 없는 일상의 일부분이 되었고, 미국에선 구글, 한국에선 네이버라는 승자를 남겼다.
지난해 꺼진 금융 버블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각국은 대규모 재정을 풀어 녹색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미국을 비롯해 각국 정부가 '그린 뉴딜'을 표방했고, 벌써부터 '그린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버블이 생기고 또 꺼지더라도 끝까지 살아 남아 최후의 승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백화점식 나열보다 선택과 집중 필요
지난해 말부터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정부가 연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녹색성장 관련 청사진은 포부는 크지만 백화점식 나열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독일이나 일본 등에 비해 친환경 기술이 매우 뒤떨어져 있는 게 현실이므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인 톰 피터스 박사는 지난달 방한, 국무총리실과 지식경제부 등 11개 부처 주최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신성장동력 박람회를 관람한 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터스 박사는 "녹색성장, 에너지 자립, 지속가능성 등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말만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면서 "그 중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지 분명히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한국이 최고인 분야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소기업이 있어야 한다"면서 "어떤 경제도 중소기업 없이 혁신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녹색산업이나 IT,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에서의 혁신은 중소기업에서 나오므로 중소기업이 단순 하청업체에서 벗어나 독자적 기술혁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뜻이다.
건설 일변도보다 IT 등 제조업 강점 살려야
그렇다면 어떤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까. 정부는 '건설'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는 듯하다. 정부가 연초 발표한 '녹색 뉴딜' 정책은 4년 동안 50조원을 투입해 96만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이 중 32조원 분량이 사회간접자본(SoC) 등 건설 분야이고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겨우 3조~4조원에 불과하다.
현재 대부분 국가에서 녹색산업은 제조업을 위주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제조업, 특히 IT분야의 경쟁력을 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많다. 성낙환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그린산업에서는 우리가 지금까지 제조업에서 사용해 왔던 전략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원천기술 개발 ▦사업의 수직계열화 ▦규모의 경제 실현 등을 그러한 전략으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제는 이미 개발된 특허를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시대"라며 원천기술 개발과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적극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소비자 친화적 환경 조성 필요
녹색산업은 엄밀하게 말하면 '소비자의 불편'을 대가로 한다. 그러나 이왕이면 에너지를 절약하면서도 불편은 줄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가 상용화하려면 기술도 중요하지만 충전소가 곳곳에 있어야 한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기 제품을 사라고 홍보만 하기보다는 이를 통해 평균 이상으로 에너지 절감에 성공할 경우 전기료를 낮춰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방안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소비자를 고려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성낙환 연구원은 마케팅적 측면에서 그린 제품에 대한 고객의 친밀감을 높여야 한다면서 바스프(BASF)의 예를 들었다.
바스프는 '에너지 절약형 빌딩'이란 말 대신 '3리터 하우스'란 단어를 새롭게 제시했다. 바닥 면적 1㎡ 당 연간 3ℓ의 기름을 난방용으로 소모한다는 뜻이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