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불황으로 움츠러든 소비를 늘리기 위해 3월부터 국민 1인당 1만2,000엔의 현금을 지급했지만 이 돈이 소비되기보다는 통장에 들어가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행이 8일 발표한 5월 통화량 속보치 중 현금ㆍ예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를 포함한 총유동성 지표인 M3는 1,052조1,000억엔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1.8% 늘었다. 2000년 6월 이후 9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CD를 제외한 현금과 정기예금 규모를 나타내는 M2 역시 전년 대비 2.7% 늘어나 지난달에 이어 약 10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는 3월부터 정액급부금이라는 이름으로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국민에게 모두 2조엔의 현금을 지급했지만 이 돈이 당초 목적한 소비보다는 예금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통화량이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4월 가계조사에서 2인 이상 세대의 실질 소비지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 줄어들어 14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액급부금 지급으로 소비자심리 지표는 상당히 개선되고 있지만 이것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은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에도 정부 재원으로 지자체가 일종의 상품권인 지역진흥권을 발행했다. 모두 7,000억엔대에 이르는 진흥권은 노령복지연금이나 장해기초연금 수령자, 생활보호대상자나 복지시설 입소자, 15세 이하 자녀가 있는 세대주나 65세 이상 비과세자 등 저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내각부 분석에서 실제 소비 효과는 발행액의 10%에 불과해 소비 진작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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