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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그 이후/ 글로벌 쇼크… 순식간에 국가부도·정권붕괴 '곤두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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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그 이후/ 글로벌 쇼크… 순식간에 국가부도·정권붕괴 '곤두박질'

입력
2009.06.08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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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금융허브서 빚더미로 실업자 넘쳐체코·헝가리 등 동유럽 정부 중도하차 잇따라사막의 기적 두바이 건설 경기도‘모래성’으로

글로벌 경제위기는 문자 그대로 전 세계를 강타했다. 선진국과 금융강국, 자원부국과 신흥 개발도상국 경제는 일시에 완전히 붕괴됐다. 국가파산이 선언됐고, 그에 따른 영향으로 정권도 바뀌었다. 최고 10% 가까운 고성장을 구가하던 국가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곤두박질쳤다. 외부 충격에 취약한 각국의 불안한 경제시스템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추락한 각국의 현실을 점검해 봤다.

파산국가의 고단한 삶

상전벽해였고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 6만5,000달러로 2년 전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꼽혔던 아이슬란드는 지난해 10월 금융위기의 격랑 속에서 국가부도를 선언했다. 어업국가였던 아이슬란드는 고금리정책과 금융시장 개방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외국자본을 싹쓸이하면서 순식간에 유럽의 금융허브로 변신했다. 국내총생산(GDP)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은행자산이 불어나자 아이슬란드 국민은 은행 대출금으로 고급승용차와 주택을 구매했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은행들이 대출금 회수에 나서자 아이슬란드는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빚으로 쌓아 올린 경제는 순식간에 무너져버렸다.

주가는 1년 만에 반의 반 토막이 났고 자국 화폐가치는 100% 가까이 폭락했다. 생필품 가격과 유가는 치솟았고 거리에는 실업자가 넘쳤다. 은행 대출로 수년 간 흥청망청하던 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대출이자 폭등으로 상환은 불가능해졌고, 주택 차압은 일상사가 됐다.

심지어 평생 갚아도 갚지 못할 빚을 짊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날린 사람들은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를 찾아야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아이슬란드의 국내총생산(GDP)이 10.6%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아이슬란드의 비극은 탐욕과 부패, 규제 부재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이슬란드는 너무 짧은 시간에 너무 빨리, 너무 멀리 와버렸다.

무너진 신기루

최근 수년간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사막의 기적, 중동의 금융허브라는 찬사를 들으며 벤치마킹 대상으로 각광받던 두바이 경제가 빠른 속도로 가라앉고 있다.

두바이 부동산시장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인공섬 팜 주메이라는 분양 받은 사람들은 계약을 줄줄이 취소하거나 중도금 납입을 포기했다.

두바이 정부는 대형 프로젝트 취소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고 증시는 고점 대비 4분의1 수준으로 급락했다. 신규 부동산 프로젝트의 70%는 투자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주택가격 하락도 멈추지 않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분기 두바이 부동산시장은 32% 폭락해 라트비아 다음으로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다국적 금융기관 UBS는 올해 집값이 지난해보다 70% 급락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두바이는 전체 150만 인구 중 90%가 중동과 인도 등에서 일자리를 찾아온 외국인들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가 급랭하면서 이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두바이 내수경기도 가라앉았다. 인구가 향후 2년 동안 최대 10% 감소하고 주택공실률이 내년엔 30%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설까지 제기되면서 두바이 정부는 UAE 정부로부터 100억 달러 구제금융을 받았다. 지난해 8%에 달했던 경제성장률은 두바이 정부 전망치 만으로도 올해 2.5%로 추락, 경착륙이 예고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부동산 호황을 발판으로 거침없이 성장하던 두바이가 이제 유령도시로 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금융과 부동산, 관광으로 급성장한 두바이가 세 분야 모두 몰락하면서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문제에 무너진 정권

경제위기는 탄탄했던 정권들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특히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해 고성장을 누리던 동유럽 정부들은 불명예 퇴진하는 등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유럽연합(EU) 순회 의장국인 체코 정부는 지난달 의회 불신임으로 붕괴됐다. 중도 우파 성향의 미렉 토폴라넥 총리는 그 동안 4차례나 불신임 표결을 받으면서도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해왔지만 경제위기 파고만은 넘지 못했다. 체코뿐만 아니다.

올해 1월 유럽의 모범국가로 불리던 아이슬란드 연립정부가 무너진 것을 시작으로 라트비아, 헝가리 정부도 차례로 교체됐다. 라트비아 내각은 올해 2월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라트비아는 2004년 EU 가입 후 적극적인 외자 유치로 10%가 넘는 고성장을 구가하며 유럽의 ‘강소국’으로 꼽혔지만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10.5%를 기록했다.

문제는 정권붕?현상이 도미노처럼 번질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IMF 구제금융을 받을 경우 고강도 긴축재정으로 국민들 삶이 피폐해지고, 이는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가리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보스니아, 그리스 등도 경제위기에 따른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꼽히고 있다. 한때 한국이 본받을 강소국 국가로 꼽히던 아일랜드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금융위기 후폭풍은 여전히 거세다.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유로존 회원국이 아니었다면 아일랜드는 벌써 아이슬란드가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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