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이용훈 대법원장 주재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도출된 결론을 요약하면, 제도 개선을 통해 일선 법관에 대한 간섭을 줄이고 판사들의 자율권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논의된 사안 중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판사회의를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대법원장이 모두 발언에서 "법관들이 판사회의 과정에서 재판 독립을 스스로 확보하겠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는 현명함을 보였다"며 판사회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언급하고 법원장회의 결과에 이 부분이 반영되면서, 앞으로 판사회의가 일선 판사들의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수렴하는 논의기구로서 위상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 독립에 관한 법률 규정을 신설하겠다는 내용도 토의 결과에 포함됐다. 이미 헌법 제 103조에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별도의 법에 재판 독립과 사법행정권 한계에 대한 명문 규정을 두는 방식으로 재판 개입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다.
5년차 미만 신참 판사들에 대한 근무 평정을 폐지하겠다는 방안도 눈에 띈다. 임관 초기부터 윗선의 눈치를 보느라 법관으로서 독립성이 위축되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근무평정에서 사건 처리 건수 등 통계 활용도를 최소화하는 내용도 토의 결과에 포함됐다.
고등법원이 일선 지방법원에 대해 실시하는 재판사무감사 제도의 개선 방안도 논의됐는데, 이 부분은 개별 법관의 독립성보다는 단위 법원의 자율성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날 법원장회의의 결과는 법원장의 인사평가나 사법행정권 행사가 자칫 일선 판사들에게는 부당한 압력의 수단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촛불재판과 관련해 형사단독 판사들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던 것도 이 같은 통제 수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이 대법원장 비롯한 법원 수뇌부가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신 대법관과 관련한 언급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전해져, 이 같은 결과만으로 판사회의를 통해 사실상 신 대법관의 용퇴를 촉구했던 소장 판사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와 함께 일선 판사들로부터 현행 인사제도의 핵심 문제로 지적돼 온 고등법원 부장 승진제도에 대한 논의도 포함되지 않아, 이번 법원장 회의 결과가 핵심을 피해간 미봉책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부정적 평가도 예상된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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