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5일 이명박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한 것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열기로 새롭게 조성된 정치지형에서 대정부 강경투쟁 쪽으로 확실히 방향을 잡았음을 뜻한다. 이 대통령을 직접 타깃으로 삼은 것은 상징성이 그만큼 크다.
물론 민주당 주장대로 이 대통령 측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당비 30억원 대납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선 이 대통령 관련 부분이 조사돼야 할 현실적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재임 중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가진 현직 대통령을 굳이 고발 대상에 포함시킨 데엔 정치적 이유가 더 크다고 봐야 한다.
여기엔 대여 공세의 정치적 효과 극대화를 꾀하면서 앞으로도 좌고우면보다 정공법을 택할 것이란 의도를 분명히 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민주당의 강공모드는 전통적 지지층의 복원에 힘입은 바 크다. 한 재선 의원은 "지지층이 다시 돌아온 것은 반민주주의로 돌아간 이명박 정부에 맞서 민주당이 강한 견제야당 역할을 해달라는 의미"라며 "이 국면에서 이명박 정부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민심은 다시 민주당을 외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당내엔 '전직 대통령이 서거했는데 몸 사릴 때가 아니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4일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 채택된 결의문에 대통령 사과, 정책기조 전면전환, 인적쇄신, 수사책임자 파면, 국정조사 및 특검 실시 등의 요구사항에 대해 여권이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국회거부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이 담긴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민주당은 '6월 항쟁계승 및 민주주의 회복 국민대회'(10일), '6ㆍ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14일) 등 장외집회에도 적극 참여할 방침이다. 국회보다는 장외를 통해서 민심을 외면하는 여권을 더 압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추모분위기에 편승한 정치공세가 역풍을 부를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 관계자는 "무조건 거리에서 등원거부 투쟁하는 걸로는 박수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 고발도 마찬가지이다.
당장 한나라당측에서 "대통령 흠집내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묻지마 정치공세"(윤상현 대변인)라는 비난이 나왔다. 당내 한 인사도 "정치공방 프레임에 갇히면 희망이 없다"며 "수단과 방식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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