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이 지난해 12월말 한 개인 소장자에게 기증받았다가 '위작' 논란에 휩싸여왔던 박수근 화백의 그림 <떡 만드시는 어머니> 를 최근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전시했다. 떡>
기증자 정준씨는 "유명 병원이 전시를 결정함에 따라 위작 의혹은 말끔히 해소됐다"는 입장인 반면, 기증 당시부터 이 그림을 위작이라고 주장해온 최명윤 명지대 교수는 "위작이 틀림없는 작품을 전시한 병원측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연세의료원 측은 "논란이 많은 상황에서 여러 사람이 볼 수 있게 하자는 차원에서 전시키로 했다"고 밝혀 진위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연세의료원은 지난달 28일 오후 신촌세브란스병원 3층 로비에서 제막식을 갖고 전시를 시작했다. 연세의료원은 정씨가 지난 4월 박 화백의 작품이라며 추가로 기증한 <춤추는 농부들> 도 함께 걸었다. 두 유화는 가로 91㎝, 세로 53㎝가량의 비슷한 크기다. 춤추는>
4일 본사 기자와 만난 정씨는 "의료원 측에서 여러 방면으로 검증 절차를 밟은 것으로 안다"며 이번 전시로 진품 공인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대전에서 아트 딜러(미술품 거래상)로 10여 년째 활동해왔다는 정씨는 "기증작들은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의 박 화백이 화풍의 변모를 보여주던 시기의 작품"이라며 "완성도와 보존 상태가 뛰어나 <떡 만드시는 어머니> 는 70억원, <춤추는 농부들> 은 100억원을 호가한다는 것이 개인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춤추는> 떡>
하지만 그는 그림 입수 경로와 시기 등에 대해선 여전히 함구했다. 그는 다만 "두 작품은 1940년대 중반 한 수집가의 의뢰로 박 화백이 그려준 그림이며, 원 소장자가 작성한 그림 관련 서류를 갖고 있지만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박수근 말년작 <자화상> 과 이중섭 그림 2점 등을 소장 중인데, 또 다른 논란이 우려돼 기증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자화상>
이와 관련, 연세의료원 측은 "몇몇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지만 진위 여부를 명확히 말해준 사람은 없었다"며 "<빨래터> 를 비롯한 박수근 그림에 대해 논란만 분분한 상황이라 우선 기증자의 뜻을 헤아려 좋은 작품을 여러 사람이 함께 보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전시 이유를 설명했다. 빨래터>
하지만 연세의료원이 전문기관 감정을 받지도 않은 채 전시한 것이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정씨가 기증 당시부터 외부 기관에 작품 감정을 맡기지 말 것을 기증조건으로 내세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원 관계자는 "기증자가 '미술품 감정 기관이 논란을 일으키는 방향으로만 판정을 내린다'며 불신감을 표시해 이를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명윤 교수는 "병원측이 진위 여부도 감정받지 않고 공공장소에 전시한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며 "그런 조악한 그림이 한국 근대 대표작가의 작품이라고 하면 국내 미술계 얼굴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최 교수는 <떡 만드시는 어머니> 에 그려진 세 여성의 도상(圖像)이 박 화백의 50, 60년대작인 <절구질 하는 여인> <시장터 여인> <기다림> 속 인물을 각각 베낀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다림> 시장터> 절구질> 떡>
그는 또 물감 원소 분석 결과 진품 10여 점의 평균 원소 분포와 차이가 크며, 이는 색을 섞는 방식이 작가와 다르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씨는 "(최 교수가) 형광분석기에만 의존했고 동시대 작품을 비교작으로 삼았는지 불분명해 믿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훈성 기자
권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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