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폴란드 전역은 공산정권 종식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나라 전체가 떠들썩했다. 당시 변혁을 알리는 매개체 역할을 했던 독일 록그룹 스콜피온스의 노래 '변화의 바람'(Wind of Change)이 사람이 모인 곳에서 어김없이 울려 퍼졌고 학술회의와 강연, 전시회 등도 잇따라 열려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했다.
20년 전 폴란드 총선 결과는 40년 이상 독재체제를 구축했던 자국 공산정권 붕괴는 물론 동유럽 공산권 전체의 붕괴를 가져왔다. 당시 그단스크 조선소에서 자유노조(Solidarity)를 이끌었던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과 극작가 출신의 바클라브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은 이날 그단스크와 크라코프에서 열린 기념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두 사람은 공산정권에 맞서다 수감됐지만 결국 국가수장에 오른 전환기 시대의 산 증인이었다. 동독에서 자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당시 선거 결과는 폴란드뿐 아니라 동유럽 전체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1989년 6월 4일 레흐 바웬사가 이끄는 자유노조는 예상을 뒤엎고 총선에서 압승했다. 소련군이 진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시된 선거에서 신설된 상원의원 100석 가운데 99석을 휩쓸었고 자유노조가 차지할 수 있는 하원의원 161석도 모두 독식했다. 동유럽 최초로 비공산 정권을 수립한 것이다. 선거 후폭풍은 동유럽 전체로 번졌다. 같은 해 11월 베를린 장벽이 붕괴됐고 불가리아, 체코, 동독, 루마니아의 공산정권이 차례로 무너졌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도입하게 만든 20년 전 선거혁명에 폴란드 국민 모두가 축하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가 안정적이었던 공산정권의 이점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바웬사가 노조운동을 주도했던 그단스크 조선소도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한때 1만2,000명이던 직원이 현재 3,000명으로 급감했다.
한 노조원은 AP통신에 "자본주의 전환이 노동자에게 항상 이득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평화적 체제전환으로 공산정권 때 저질러진 범죄가 제대로 처벌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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