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소득은 여전히 신통치 않지만 주머니를 여는 소비회복 조짐은 완연하다. 신용카드 사용액과 백화점 매출, 자동차 판매 등이 증가세로 돌아섰고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속단 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꽁꽁 얼어붙었던 소비 심리가 살아나 우리 경제의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9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대비 0.2% 감소해 3분기 연속 감소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에 비해 조금(0.1%) 커졌지만, 당시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팍팍했던 것이다.
다행인 것은 지갑이 얇아지는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인데 전분기 대비 GNI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3.6%로 급락한 이후 4분기 -1.6%, 올 1분기 -0.2%로 하강속도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소비 심리의 회복 신호는 분명해 지난해 4분기에 전분기 대비 4.6%나 줄었던 민간소비가 올 1분기에는 0.4% 늘었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여전히 4.4%나 감소한 수치지만 소득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보다는 소비를 크게 줄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시장에서의 소비회복 신호는 최근들어 더욱 뚜렷하다. 지난 5월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은 27조4,63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8.66% 늘었다.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율은 지난 1월 3.89%, 2월6.67%, 3월 6.22%, 4월 7.0% 등이었다. 대표적인 내수 지표중 하나인 백화점 매출(롯데 12.1%ㆍ신세계 20.3%)과 자동차 판매(15.3%)도 지난달에 분명한 회복세를 보였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온기(溫氣)가 확연하다. 법원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은 지난달 전국 법원 경매의 평균 낙찰가율이 70.44%로 금융위기 직전인 지난해 8월의 72.48% 수준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미분양해소와 함께 경매시장에서도 부동산 수요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정연택 한은 국민소득 팀장은 그러나 "분기별로 평균 0.6%였던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지난 1분기에 1.8%에 달할 정도로 정부소비와 건설투자가 성장을 주도했다"며 "경기회복에 따른 소비개선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정부의 '슈퍼 추경'이 경기 하락을 방어하고,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일 뿐 실제로 경제가 회복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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