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 6월이다.
6월이 되면 북한의 남침으로 나라를 구하고 산화해간 호국영령들과 일제의 핍박과 억압 속에서 신음하는 이 나라 이 강토, 국민을 위해 순국한 영령들이 더욱더 생각난다. 그분들의 넋이 아직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걱정스럽게 내려다보고 있는 듯 가깝게 느껴진다.
오늘의 우리나라,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순국 선열들의 피가 이 땅에 뿌려졌는가. 일제에 의한 36년간의 강압을 지나 숨 돌릴 여유도 없이 맞이한 공산주의 침공에 맥없이 이 나라가 무너지려 할 때, 순국선열의 젊은 피가 바쳐지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이것이 우리가 호국영령들에게 가슴깊이 우러나는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그 동안 정부는 호국보훈을 위하여 많은 일을 했다. 국가의 경제력이 증가함에 따라 예산의 여유도 생겼지만 우리 사회가 성숙해짐에 따라 호국보훈의 의미를 제대로 평가하기 시작했던 덕분이다. 이는 또 국가보훈처, 관련 단체 및 학회 등이 모두 노력한 결과이다.
그런데 정부의 국가보훈처와 그 기능에 대한 인식에 한 가닥 의구심이 드는 것이 왜 일까. 장관급에서 차관급이 되더니 '좌파 정권'이라는 비난의 수위가 높아지자 2004년 다시 장관급으로 격상한 국가보훈처가 이번 정부에서 재차 차관급으로 격하되었다.
그러나 국가보훈처장은 조직과 사업의 관리자 역할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관련 단체와 유관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지도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국가보훈은 단순히 예산을 확보하여 집행하는 차원의 업무가 아니다.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들을 정당하게 예우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국가와 민족을 위한 일에 자긍심을 갖도록 하려면 풍부한 상상력과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지난 해 미국합동 전쟁 포로 및 실종자 확인사령부(JPAC)소속 군인들이 한국 전쟁때 전사한 미군의 유해를 찾기 위해 한강의 깊은 물속을 탐사했다. 이들의 모토는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미군의 한강 수중 탐사는 10년간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국군포로 정책과는 판이하게 달라 우리를 민망하게 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한국 전쟁때 전사자 유해는 고사하고 북한에 국군포로 560명이 생존해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도 북한의 반발이 두려워 얼버무려 온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는 조국이 무엇이며, 희생이 무엇인지 그리고 국가와 국민들이 이들을 위해 해야 할 의무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우리나라는 지금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있다. 현재 우리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독도 문제와 같은 영토문제 등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동북공정은 통일 후의 영토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국제환경에 대비해 우리 국민은 물론 자라나는 젊은 세대에게 보훈의식을 함양 시켜야 한다. 보훈의식이 함양되어야만 국가와 민족 문화의 내재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 유공자의 예우증진은 멀리는 국가와 민족의 존립과 직결되며, 가까이는 국가 안보 그 자체라고 하겠다.
유영옥 경기대 국제대학장ㆍ국가보훈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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