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도, 침체란 말도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았다. 최소한 ‘대한민국 1%’는 돼야 청약 전 모델하우스라도 둘러볼 수 있게 된 ‘그들만의 집’ 펜트하우스. 집 한 채에 50억원 정도는 훌쩍 넘겨버리는 초호화 고가주택인 펜트하우스가 팍팍해진 서민경제 침체를 비웃기라도 하듯 수백대 1의 청약경쟁률을 나타내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3가구를 모집한 인천 청라지구 SK뷰 272㎡(82평)형은 무려 279대 1을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여느 펜트하우스 아파트의 절반 값에도 훨씬 못미치는 ‘저렴한’ 분양가(3.3㎡ 당 1,140만원대) 경쟁력까지 보태지며, 펜트하우스 청약 사상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앞서 지난 2월 최고가 임대아파트로 화제를 모았던 서울 한남동 ‘한남 더 힐’도 215~330㎡(65~99평)형의 경쟁률이 5대 1 미만에 그친 것에 비해, 12가구를 분양한 펜트하우스 332㎡(100평)형에는 616명이 접수, 단지 내 최고 경쟁률(51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세 보증금 25억원에, 월 임대료만 429만원에 달하는 비싼 집이다. 전세 보증금만 해도 서울에서 어지간한 중대형 아파트를 사고도 남는 수준이다.
올 초 판교신도시에서 분양된 ‘푸르지오 그랑블’ 331㎡(99평)형 4가구도 성남 1순위 청약에서 22대 1, 수도권 1순위에서 19.3대 1로 두 자릿수 경쟁률을 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고가의 펜트하우스가 불황에도 무풍지대로 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경기 부침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부유층들의 넉넉한 유동성 때문. 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 여파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일반인 상대의 아파트와는 달리, 펜트하우스는 초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특화 상품인 만큼 경기를 덜 타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임대에서도 펜트하우스 열풍은 이어진다. 대한주택공사가 판교에서 분양한 중대형 10년 공공임대의 경우 펜트하우스로 분류된 186~224㎡(56~67평)형대의 경쟁률은 최고 47대 1로, 125~147㎡(37~44평)형대의 최고 경쟁률(5.5대 1)을 크게 앞질렀다.
비싼 몸값 만큼, 프리미엄도 일반 중대형 수준을 넘어선다. 포스코건설이 시공한 인천 송도 ‘퍼스트월드’ 펜트하우스 412㎡(124평)형 6가구는 22억6,000만원에 분양된 이후 현재 6억원 가량의 웃돈이 붙어 있다. 다른 주택형의 프리미엄(3억원 안팎)의 2배 수준이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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